멜치가 고등학교 때 다니던 교회의 전도사님이 상당히 진보적인 인물이였습니다.

청년부 성가대 연습을 하다가 그 전도사님에게 DJ와 YS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렴픗하게 아버지께서 가끔 이야기하던 김대중이란 인물에 대해서 처음 알게됩니다.

삼촌이 어디서인가 사다놓았던 "시대의어둠을 넘어..."뭐 이런 비슷한 이름을 가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불법서적 (아마도 작가가 확석영이지 싶습니다)을 읽고는 디제이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알게됩니다.

대학에 들어갔는데 87학번이였습니다.

그해 민주화운동이 일어나 6.10 민주항쟁이 일어나고 그 중심에는 민추협이 있었고 그 공동의장이 김대중, 김영삼이였습니다.

6.29 기만선언이 나오고 대통령 직선제 선거가 있었는데 당시 만나이로 19세 불과하였던 멜치는 대통령선거 투표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제이의 여의도광장 연설을 보러 갔습니다.

어마어마한 인파(100만명이라고 했음)에 그가 당선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일 후 대통령 선거에서 3위로 그가 낙선하고 다음날 시위를 하다가 잡혀서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경찰들이 내 신원조회를 하더니 본적이 전북이라고 전라도 빨갱이 새끼라며 구타를 더 많이 했습니다.   


92년  멜치는 한창 입사시험 공부를 하던 그해 겨울 대통령 선거에서 디제이의 당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민주당 당원이 됩니다.   수원시 권선구 지구당사를 찾아가서 스스로 당원이 되겠다고 한 대학생은 제가 그때 처음이였다고 합니다.  물론 대학생인 당원은 있었지만 제발로 당사를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대선때 참관인으로 선거에 참여했습니다.   선거 관리인 분들이 대학생이 참관인으로 와있으니 좀 덜덜덜 했다고 합니다. (멜치외 다른 분들은 다 40대 아주머니 들로 굴까먹고 노가리까고 하는데 멜치가 정자세로 투표감시를 하니 좀 그랬을 듯 합니다)


97년 대선때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중립을 지켜야 했기때문에....  
선거종사원으로 일을하고 투표장 정리를 하는데, 개표예상방송을 보고온 민주당원이 소리치며 "엠비씨가 김대중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다고 보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냥 씨익 미소를 지었습니다.


디제이 집권 말년에 아들들의 뇌물사건으로 정치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그 자신도 건강이 상당히 안좋은 상태라는 보도가 나올즈음

청와대에서 우수 사회복지 관계자 초청대회가 있어서 업무차 청와대 영빈관에 가게되었습니다.

그는 "여려 국정이 바뻐서 꼭 부르고 싶었던 분들을 이제야 뵙게되어 대단히 미안하다"고 서두를 꺼내고는 한시간 동안 자기가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비젼과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연설을 했습니다.

당시 70대 중반을 넘어선 감기로 몇일 국정을 못챙겼다는 보도가 있었던 때에 비하면 너무나도 논리정연하고 유려한 연설(원고가 없는 즉석 연설이였음) 그리고 뚜렸한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에 15년여의 나의 짝사랑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에 뿌듣했습니다.

당시 그와 같이 찍은 (멜치는 초청인이 아니고 업무 관계자였음에도 얼떨결에 사진을 찍음) 사진은 침실 테이블에 자랑스럽게 놓여있습니다.


디제이 집권당시 우리나라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란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그 법 이전에 유사법률로는 "생활보장법"이 있었는데 그 법은 시혜로써의 지원이였던것과는 달리 국기법은 국가가 국민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해주고 국민은 국가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해 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최초로 입법화한 법률입니다.
 
당시 재정 문제로 이법 도입에 있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반대를 하였고 복지부장관도 시기상조라고 도입을 반대하였으나 DJ가 반드시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 도입을 하였다는 것이 거의 정설입니다.

이 법률의 도입 만으로도 그는 칭송 받아 마땅하다고 멜치는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공과가 없겠습니까.  그 또한 허물이 많은 인간일 겁니다.  권력욕도 있었고 투명하지 못한 정치자금도 동원하였고, 공명심도 있었을테고,

그러나 기본적으로 디제이는 그가 권력을 가졌을때 그것을 낮은 자리에 임한 국민을 위하여 쓸줄 알았으며 이를 실천으로 보여줬습니다.




그가 좋아했던 문구가 경천애인 이라고 합니다.

하늘을 공경하듯 국민을 사랑하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실천하던 디제이.  

그의 부재가 너무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