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팍 유저 여러분..

제가 여기에 가입한지 3일이 지났네요.
그 전에도 눈팅은 자주했었지만.. 가입을 하게 된건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상단 전광판에 있는 이름은 아직도 생소하게만 느껴지지만,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걸까요?

 그 분이 떠나신 날부터 6월 1일까지 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매일같이 울면서 하루를 보냈어요. 저는 '노빠'였거든요..
지난 5년간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노빠라는 말을 하기가 참 어려웠었습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었지요. 지인에게 '미친노빠새끼'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정말 조심스러워지더군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전날까지 지겹게 떠들어대던 봉하마을을 향한 칼날들이 순식간에 반대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지지율 10%라던 참여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갑자기 시작되었구요.
전국민의 대다수가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곳곳마다 애도의 물결이 넘치는 상황..

 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이럴 거였으면 왜 진작에 믿어주지 않았을까, 떠난 후 하는 애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지금이야 애도할지 모르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금방 그 사람을 잊어버릴 거면서...
그 사람은 그렇게 잊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매일 TV를 보고, 수사속보를 읽고, 인터넷에서 오가는 생전의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다른건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요. 당연히 베팍에도 오지 않았죠.
추도사를 못하게 막고 분향소를 때려 부수는 MB정부에 대한 증오가 커져갔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을 보내고 6월이 되었습니다. 
매일 TV를 보고 수사속보를 읽는 것은 같았지만 더는 노무현에 대한 글도 사진도 보고 싶지가 않았어요.
슬픔으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그 분이 좋아할 것 같지가 않았거든요.
머리 속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즐겨찾기목록을 클릭하다 베팍에까지 오게 됐습니다.

....전광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겨레에 추모광고를 낸다는 공지글도 보였습니다.
아.. 여기서도 그 사람 외롭지 않게 보내주셨구나...
처음으로 분노보다 감사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다음페이지를 클릭해서 약 150페이지 뒤에 있던 5월 23일부터 그날까지 쓰여진 모든 글을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많이 울고 또다시 가슴아파하면서,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했던 위로를 받았습니다. 
마치 제가 상주고, 베팍유저 여러분이 조문객이 되주신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이렇게 주저앉아 우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아직 분향소를 가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이 봉하마을에 내려갈때에도 저는 가지 않았습니다. 전 그렇게 그 사람을 보낼 수 없었거든요.
그 분이 다 이루지 못한 일,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려구요.
시간이 많이 지나 그가 꿈꾸던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나게 되면 그 때는 웃으며 그 사람을 보내려고 합니다...






 제게, 의도하진 않으셨겠지만 큰 힘이 되어주신 베팍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재미없는 글을 쓰게 되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