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수님 안녕하세요.

어디 아프신데는 없으신지요?

잘라버린 그 자리에 새살이 솔솔 돋아나길 바라며 마데카솔을 택배로 보내드렸는데

잘 받으셨는지는 궁금하네요.

당수님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매우 죄송스럽기 그지 없으나

이제 DNA는 해체의 길로 접어든 듯 합니다.

그동안 당수님의 격려를 받으며 DNA 철학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했던 저이지만

표독스런 악마의 얼굴을 한 독거를 내세운 그레이 님의 독거철학에

제가 꿈꿔오던 따뜻한 인간의 얼굴을 한 DNA 철학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좀 더 발버둥칠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하나 둘 함께 하던 동지들이

그레이 님의 독거철학에 매혹되어 떠나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저 역시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극단적일 정도로 순수해보이는 독거철학이 매혹적일지는 모르나

결국 그 끝은 고통스런 파멸임을 알기에 동지들을 진심으로 붙잡아보려 애써보았지만

그들의 눈과 귀는 더 이상 저를 향하고 있지 않는군요.



당수님.

지금도 전 당수님이 계셨더라면 이런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잘라버린 그것만 인증해주신다면 우리 DNA가  결코 그레이 님의 독거철학에 밀리는 일은 없었을텐데요.

뒤늦게라도 이 편지를 읽어주신다면

꼭 인증해주시길 바랍니다.

인증을 해도 이미 떠나가버린 동지들이 돌아오긴 힘들테지만

우리의 그동안의 여정이 전혀 쓸모가 없지는 않았다는 걸 당수님이 직접 몸으로 보여주실 수는 있는거니까요.



당수님.

레인횽아가 당수님을 멍석말이 하려고 했던 순간 조차도 함께 했던 저이지만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마데카솔 새 살이 잘 돋는다 합니다.

잊지 말고 하루 세 번 꼭 꼭 바르시길...


- 2009년 6월 어느날 DNA의 깃발이 무너지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며... 황무지로 길을 떠나는 당신의 브루투스 나이스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