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2때 상태안좋은 운동장에서 13초F 이 나왔고 특히나 30-40미터 튀어나가는건 꽤나 빠른 편이었습니다. 저희 반에서 제일 빠른 애가 12.3이었는데 초반 20-30미터는 제가 오히려 더빨랐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축구할 때 발은 개발인데 상대방 공격수가 속도로 제끼는 스타일이라면 무조건 따라가서 방해는 잘했죠. (뭐 이제는 시망입니다만... 이게 언제적 이야긴건지...)

군대에 초임소대장으로 갔는데 대대간부들 축구를 하자네요. 저희 선임소대장님(1년선배)이 저더러 잘 뛰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60명중 3-4등 수준 속도는 나온다고 했더니만,

 "그럼 나 막아봐 ㅋ"라고 하시네요.

막상 시작하고 공이 측면으로 떨어지고 선배가 뛰어오는데 이건 사람이 아닌겁니다. 너무 빨랐죠. 제가 당시 국가대표에서 제일 빠르다는 고정운선수가 전력질주하는 걸 바로 옆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하고도 비교가 안되게 빠르더군요.

자라: 아니, 제가 고정운도 직접봤는데 그 적토마 고정운하고도 비교가 안되게 빨라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선배: 고정운? 적토마? 그 사람이 얼마나 빠른데?

자라: 무지빨라요. 11초대 후반정도로 알고 있어요.

선배: 11초대? 그것도 후반? 그런데 적토마?

나중에 보니 단거리 육상 특기생이었더군요. 기록은 당연히 10초대. 흡연에 폭음까지 하는데도 몸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육상으로는 밥벌어먹기 힘들어서인지 몰라도 군대와서 말뚝박을까 고민도 하시더니만 지금은 체육선생하시죠. 뭐 학교때부터 운동성적은 좋아도 그길로 계속 갈 생각은 없으셨던 것 같은데...

철저하게 관리받은 것도 아닌데 자질 좋은 사람들이 은근히 있죠. 기초종목이나 특정 종목에서 우리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밥벌이 하기 힘드니까 쉽게 다른 길로 가서 그렇게 되는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야구가 열악하긴 한데 그래도 FA대박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데 단거리 육상은...)

그런 사람들 관리 잘해서 대학때 포기시키지 말고 운동 계속 체계적으로 시켰으면 우리나라도 류시앙같은 단거리육상 금메달리스트 나오지말란 법은 없었을텐데 말이죠.

문득 오늘 육상 100미터 보니까 담배피며 하늘 바라보던 그 선배 모습이 생각 나네요. 나름대로 육상에 대한 꿈이 있었을 텐데...(대신 무장공비 잘 잡아서 국방부 장관표창도 받고 좋은 군인을 하셨으니 국가에 더 큰 기여를 하셨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