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우리 딸이 음악 천재인가 보다" 잠깐 생각했었습니다. 뭐든지 자기가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건 다 가치를 크게 부여하는 성향이 있는게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런데 딸아이 노래를 다 듣고나니, 요새 말이 많은 권지용군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현행법상으로 표절했다고 형사처벌 받는 것도 아니고 미국식으로 징벌적 손배를 때릴 수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배상의 실익이 크게 없다고 하네요.) 쉽게말해서 도덕적인 문제이지 형사범죄가 아니라서 표절들을 많이 하나봅니다.

여기서 두가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저처럼 막귀라고 하더라도 지드래곤의 노래는 명백한 베끼기였습니다. 그게 고의든 제 딸아이처럼 귀에 기억된 리듬을 그냥 나열하고 합친거든지 말이죠.

먼저 소속사의 문제입니다. 이들(빅뱅)은 아이돌 스타입니다. 마치 소녀시대, 원더걸스같은 아이돌 스타입니다. 그럼 그에 맞는 홍보를 하는게 맞을겁니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멤버를 두고 갑자기 천재 작곡가에 아티스트라고 하면서 천재드립을 하면 그게 말이 되겠습니까? 김광현이 작년에 MVP받았다고 피칭만 잘하는게 아니라 전술도 잘짜는 전략의 천재라고 구단에서 홍보하면 누가 믿습니까? 모짜르트에 베토벤까지 비유한다던데 참 황당하더군요.

둘째 팬들의 문제입니다. 누가봐도 베겼는데 말도 안되는 논리로 옹호합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내가 아무리 그팀의 광팬이라고 하더라도 약물복용한 우리팀선수가 명확하게 발견되었는데 눈감고 닥치고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그런식의 팬이 많아지면 야구판 붕괴될겁니다. 잘한건 잘하는 거고 못하는건 못하는겁니다. 나쁜짓은 나쁜짓인거고.

상식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건 팬이 아니라 정신이상초기입니다. The Fan 이란 영화에서 나온 로버트 드니로의 역할은 정상적인 팬이 아니라 편집증적 상태를 묘사합니다.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표절문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팬이 아닙니다. 일종의 환자입니다. 영화에서의 로버트 드니로와 같은 환자 말이죠. 

고교시절 수준급 커브를 자랑하던 김광현선수조차도 프로에 오자 김성근감독님이 커브를 봉인시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정도 커브로 프로에서 던졌다가는 팀까지 패배시킬 수 있기에 그런것 아닙니까. 심지어는 우에하라선수조차도 본인이 아마추어 시절 즐겨던졌던 너클커브를 프로 오자 봉인당했습니다. 코칭스텝 및 선배포수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죠. (99년 우에하라 데뷰당시 포수가 인터뷰에서 말하더군요. "너. 두번 다시 프로에서 그따위 볼 던지지마.") 

그런데 아이돌 스타를 갑자기 권토벤이네 권짜르트네 하면서 천재작곡가로 만들어서 하늘 높이 띄웠다가 추락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좀 하는 것 같아보인다고 그걸 너무 포장했고, 알맹이도 사기였던겁니다. 확인도, 검증도 없이 그냥 실전에 등판시킨 것과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습니다.

사기와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 이정도야 애교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을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또다른 형태의 공구리안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