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쪼록.. 민주 집회에 참가한 일반 시민에게, 여성에게 방패를 날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라도 아시길 바라며....>


방패, 장봉, 방석복, 완전진압복, 간이진압복....  짜박, 독사가....
대한민국 군필 남자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익숙할 용어들...

일단 제 군력부터 밝히자면

육군 훈련소에서 특공대 자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당시 소대장 훈병이었음) 일이 꼬여
전경으로 차출되었었죠...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경은 육군에서 차출 / 의경은 본인 지원입니다.
의경을 지원하는 주된 이유는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선택 근무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
외박이 많고, 애인 있는 경우 근무나 외박을 통해 연애 지속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죠....

아무튼 의도하지 않은 전경 생활을 시작하는데 좀 파란만장(?)한 편이었습니다.

전경대 > 5분기동타격대 > 상황실 > 수하나(진압부대 무전수)

근무기간 동안 이렇게 다양한 경찰 생활 해 보기도 참 힘든데... 전 그랬습니다.
그만큼 경찰 생리도 잘 이해한 편이기도 하고, 경찰 조직 습성도 왠만큼 알게 되었습니다.

상황실 근무를 한 덕에 요즘도 지나가는 경찰 무전 내용은 거진 알아듣습니다.

어제 번개 모임에서 자리 이동하다가 여기저기 길목 막고 있는 얘들과 흘려들은 무전으로 이미 무차별 진압 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아, 방패 얘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져가네요...



<방패... 그 치명적인 타격성>

전의경의 방패는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방어용 장구가 아닙니다.
저 사진을 잘 보십시오. 방패 아래가 모두 갈려 있습니다. 물론 예전 구형 방패입니다만...  낡아서 그럴까요?

진압부대원들은 주로 내무반에서 할 일 없으면 방패 갈고 있습니다.
무얼로 가느냐... 네.. 쇠 깎는 줄로 갈아댑니다.

가끔은 당구 팁 정돈하는 것이나 사포로 곱게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훈련 나가서 아스팔트만 보이면 거의 본능적으로 방패 갈아댑니다. 좌우로 8자 원을 그리면서...

그렇게 잘 길들이면(?)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됩니다.

잘 갈려진 방패는 육군에서 길이 잘 들어서 잘 맞는 소총처럼 고참의 전유물이 되고
소중하게 대물림 되기도 합니다.


<방패는... 막는 것인가, 치는 것인가>

실전에서 겪어본 느낌으로... 공격:방어=7:3 인 듯합니다.
방패는 장봉보다 더 훌륭한 무기입니다.

실제로 진압 잘 하는 얘들(소위 에이스들), 공격조는 방패잡이들입니다.

방패에는 손잡이가 두 군데 있습니다.

상단에 가로, 중단에 세로 둘....
중단 세로 손잡이는 팔뚝과 손을 끼워 잡는 곳입니다.

상단 가로 손잡이를 쥐고 방패를 날리면 허리 각도에 따라 팔길이와 방패 길이가 더해져 장봉보다 사정거리가 더 깁니다.
최고급 방패 공격수가 방패 날릴 때 자세는 정통파 투수의 투구 마무리 자세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이미 날렵하게 갈아놓은 그 지점에 온 힘이 집중되어 가격당할 때 피가격자에 가해지는 것은 치명타 그 이하가 아닙니다.


<방패는... 아래만 갈아놓을까...>

아닙니다. 윗부분도 갈아놓습니다.
이유는 가끔 시위대에게 방패를 빼앗기는 경우가 있어서였습니다.

윗부분을 갈아놓고 청테이프로 살짝 붙여놓으면
이걸 모른 채 방패 뺏겠다고, 혹은 안 맞으려고 저항하는 상대의 손바닥을 걸레로 만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실제 훈련 시에는 방패에 손대는 시위대을 어떻게 응징하는지, 최대한 피해를 주며 찢어놓을 수 있는 것까지 연습하기도 합니다.


<요즘 방패는....>

물론 예전처럼 함석으로 된 방패는 아닙니다.
강화 아크릴이죠... 그리고 위처럼 너무 많은 병폐가 있어 지난 잃어버린 10년 동안 방패 위 아래에 모두 고무 패딩 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방패는 막는 목적에 잘 쓰라고 한 시간 정도 사용하면 온 팔뚝을 짓눌렀던 그 불편했던 손잡이를
전부 개선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방패의 원래 목적을 잘 부활시켜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들의 신화 같던 영웅담을 재현해 보고 싶은 걸까요...

요즘은 방패를 어떤 식으로 갈아대고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