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김문의 세도정치로 쓸만한 왕족들이 차례로 나자빠지던 시절,

조선말 굵직한 획을 그은 인물인 흥선대원군도 젊은 그 때에는 미친척하고

술이나 퍼먹으면서 거리를 쏘다녔습니다.

안동김문의 경계심을 풀기 위한 짓이었죠.

위위구조(圍魏救趙), 손자병법의 계승자로 유명한 손빈도

위나라에 잡혀있을 때는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해 벙어리에 폐인노릇을 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미친 척하고 남의 눈을 속이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근데 허경영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 하면, 꼭 그런건 아닙니다.

대원군이나 손빈은 애당초 세상에 관심을 받는 인물들이라

자신을 감추기 위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반면에,

허경영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미친 척 하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굴욕을 참고 가랑이 사이를 기어간 한신과 달리
 
아무것도 아닌 광대가 홀딱벗고 가랑이사이를 지나가는 정도의 차이죠.

물론 통풍구가 없는 이 세상에 웃음을 주는 것이 의미가 있긴 하지만,

진짜 천재라거나, 아이큐430이라거나 하는건 아닙니다.

난세에 몸을 낮춘 용이라기 보다는,

글자그대로 혹세무민하는 난신적자의 부류라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