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울므당의 은은한 회동이 있었습니다

오늘 모임의 목적은

1. 도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ㅈ양의 귀국 기념 모임

2. 신입 당원 ㅅㄱㅊ양 (이하 ㅊ양) 환영 모임

3. 본격 입당을 앞두고 간 보러 나오신 ㅇㅌㅇ님 (이하 ㅌㅇ님) 의

   영입 작업을 위한 모임이었지요

저녁 7시 정각 합정역 5번 출구에 모인 울므당원은

(몸이 안 좋아서 갑자기 불참하시게 된 ㅂ언니를 제외한 ㅠㅠ)

저와 a양, ㄱ양, ㅌㅇ님, ㅈ양 이렇게 다섯 명이었어요

ㅊ양도 2-3분 내로 도착할 거라는 연락을 받고 열심히 그 분을 기다리고 있었죠

얼마쯤 지났을까

5번 출구 앞쪽에 둥글게 모여 있던 다섯 명의 눈에

ㅊ양의 귀여운 단발머리가 보였어요

저희가 배꼽인사를 하려고 자세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ㅊ양이 출구 바로 앞에 서 있던 한 커플을 향해 걸어가더군요

오, ㅊ양.. 아는 사람을 만났나?

그 커플과 ㅊ양은 한참 웃으면서 얘기를 나눴어요

근데

그 대화 도중에 ㅊ양이 문득 고개를 돌렸고

저와 눈이 마주치자

ㅊ양은 갑자기 그 커플을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저희에게 달려왔어요

'ㅊ양~ 오랜만이에요~ 아는 사람이에요?'

인사를 건네는 저에게 ㅊ양이 던진 대답은

'저 여자가 언니인 줄 알았어요'

..............

그래요....

우리가 처음 만난 이후로 어느 덧 9개월이 지났지요

그렇지만 그 때 우린 같이 영화를 봤고, 밥을 먹었고, 차를 마셨고,

한밤중에 단둘이 우리 집 앞까지 걸어가기까지 했어요

그래놓고 생전 처음 본 여자에게 어떻게

'k언니, 얼굴이 왜 이렇게 변했어요...?'

라는 말을 할 수가 있나요.... -_-

부끄러워서 계속 달리려는 ㅊ양을 다독이면서

어쨌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ㄱ양이 맛있게 밥을 먹은 적이 있다는 그 곳은

오늘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고

분위기도 너무나 좋은 그런 곳이었어요

소식하는 울므당답게

인원이 6명이니 음식은 다섯 가지만 시키기로 했어요

그리고 처음 나오신 ㅌㅇ님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드시고 싶은 걸 우선 하나 고르시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ㅌㅇ님은

'아무거나 이 집에서 제일 빨리 나오는 걸로..'

라고 말씀하셨어요

당원 영입 확정.

우리는 흑미 샐러드와 성게알 크림 파스타, 또 무슨 파스타,

셰프 특제 피자, 오징어 먹물 리조또를 시키고

요리가 나오길 기다렸어요

2분이 지났는데 요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ㅈ양이 가져온 도쿄 바나나빵을

조금 맛만 보기로 하고 뜯어서

다 먹었어요 

근데 사람 수보다 조금 많았던 도쿄 바나나빵이 하나 남자

자연스럽게 ㄱ양에게 돌아갔는데

ㄱ양은 그것을 먹지 않고

빵을 내 오신 셰프 분에게 주었어요

(우리도 놀랐어요! 우리도!)

덕분에 나중에 디저트로 셔벗을 두 개만 시켰는데

사람 수대로 여섯 개를 준비해 주셨고

다른 디저트도 두 가지나 더 받았어요...

ㄱ양 고마워요!

손님이 저희 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천천히 음식이 나오고

매번 일일히 식기를 바꿔주시고 한 덕분에

식사를 완전히 마치는데는 2시간 반이 걸렸어요....

그 와중에 ㄱ양은 계속

10월 동경밥차를 같이 타러 가자며

a양을 설득해 댔고

ㅈ양과 ㅌㅇ님이 거기에 솔깃해져서

360개월 할부로 비행기표를 사서

모두 다같이 도쿄에 방문하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어요

(ㄲㅈ상... 10월 전에 북해도 쯤으로 이사하시길 바래요

 단지 제가 같이 못 가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아니에요)

암튼 무려 10시가 다 된 시간까지 그곳에서 담소를 나눈 후

차를 마시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요

밥 먹은지 3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와플과 팥빙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을 몇 개 시켜서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서

또 즐거운 대화를 나눴어요

물론 샌들을 잠시 벗은 ㄱ양의 발에

귀뚜라미가 올라와 앉는 가벼운 해프닝이 일어나서

아주 작게 비명도 지르고 자리도 옮기고 그랬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그 곳에 민폐를 끼친 건 아닐 거예요 

네...

오늘은 원래

서래 마을과 수영장과 횡성 한우와 장어와

기타 등등의 크고 작은 회동에 대해서 논의를 마쳤어야 하는데

뭔가 정신줄을 놓고 딴 얘기만 하다가

그냥 집에 왔어요

(ㅂ언니가 오셨어야..)

암튼!

오늘 회동의 요약

1. ㅊ양을 한 번 만났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그 분은 당신의 얼굴을 몰라요

이런 일을 당하기 싫다면 만나기 전에 미리 사진을 보내세요

2. ㅌㅇ님, 정말 탈퇴하진 않으시겠죠...

[울므] 달기가 번거로우시면 말씀하세요, 저희가 달아드려요

그리고 저는 분명히 ㅌㅇ님의 긴자 딸기빵을 손수 챙겨드렸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제 가방에 2개가 들어 있네요

....잘 먹을게요

3. 아무래도 다음 회동 스케쥴을 잡기 위한 회동을 가져야겠네요

그건 쪽지와 네이트온으로..

4. a양... 사진을 찍었으면 좀 줘요

이렇게 써 놨는데 설마 이번엔 주겠지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