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회사에서 풀려난 김키티군을 만나서
모처럼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 동안 서로 잘 지냈는지 확인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야구도 보고,
꼭 붙어서 팔짱도 끼고 걷고.. 재미있게 놀다가
언제나처럼 김키티군이 절 바래다 주고 돌아갔어요

사실 오늘 만나자마자 살짝 투닥거린 일이 있었는데
그게 평소에는 늘 제 쪽에서 싫은 소리를 하던 일이었거든요

오늘은 상황이 역전(?)돼서
김키티군이 서운하다고 말을 하는데
뭐랄까, 저는 그 상황 자체보다
이 사람의 행동 때문에 많은 걸 느꼈네요

저는 뭔가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화를 내 버리고
상대방이 풀어줄 때까지 계속 불편한 상태로 있거든요

근데 김키티군은
저한테 잠깐 투정을 부리는 듯 하다가
금방 태도를 바꿔서 오히려 저를 달래주고
깨끗이 잊어버리더라구요

더 이상 말은 안 했지만
거기에 크게 감명;을 받아서 혼자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이 사람은 언제부턴가 저한테 화를 한 번도 안 냈어요
 

연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닐 테고
싫은 부분도 있고, 고치고 싶은 것도 있을 텐데
그런 게 하나도 없이 그저 너그럽기만 한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제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좋아해주고
무조건 잘했다, 예쁘다 해 주는 마음이
얼마나 크고 넓은 것일까 생각하니
새삼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적지 않은 연애를 해 오면서
짧게는 사흘; 길게는 석 달 정도까지 사람들을 만나다가
순식간에 헤어져 버리곤 했었는데
 
그 시간동안 저는 항상
아프지 않게 연애하는 법만 궁리했던 것 같아요

상대방보다 덜 좋아하기,
상처 받지 않게,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게
너무 마음 주지 않기, 많이 믿지 않기..

그래서 이 나이 먹도록
그저 겁쟁이처럼 이기적으로 연애하는 법만 알았는데

이 사람을 만나고 나서는
그런 것들이 하나씩 부서지고, 깨지고, 다듬어져서
점점 아낌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네요

평생 처음으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한 사람을 만나고
그러면서 매일 매일이 전날보다 조금씩 더 좋아지고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가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잘 헤쳐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납니다  

앞으로는 저도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더 다정하고, 더 너그럽게 행동할 수 있는
착한 여자친구가 되어야겠어요

이상 짧은 반성문이었습니다;

다들 좋은 주말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