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부리님 글을 보니 남의일 같지 않아서 옛날 일을 기억해 봅니다.

지난 역사들이 세세히 기억되거나 기록되지 않고 묻혀지는 것도 많구나 하고 요즘 많이 느낍니다.

87년 항쟁의 결과 노태우가 직선제를 받아들이고 이후 민주당에서는 YS와 DJ사이의 내분이 일어납니다.
두고두고 아쉬운 역사의 순간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우리의 민주화 정도가 그 정도였지 싶습니다. 군부독재의 청산은 할 수 있었으나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약자에 대한 관용이나 보호, 상대방의 존중,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단순한 진리는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니 그때 두 그룹이 합쳐진다는건 힘들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민주진영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나 YS파, DJ파, 중도파로 갈라져서 갈기갈기 찢어졌죠. 제가 다니던 학교에선 중도파가 좀 우세했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가 임박해 오자 한쪽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고, 보다 더 민주적이었던 DJ파로 흡수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그 때까지 횡행하던 불법 자금선거, 돈봉투를 차단해서 노태우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하에 대학생들이 대거 공정선거감시단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우리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과여서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그 당시만해도 파격적으로 10% 이상의 과 학생들이 공감단으로 같이 하게 됩니다. 6월항쟁을 거친 후라 많은 학생들이 정의감으로 참석했었죠.

그러나 선거감시도 그당시는 정당인이 아니면 불법으로 간주되었었습니다. 그래서 공감단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평화민주당의 당원증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게 DJ지지의 시초였죠.

우리과가 맡은 구역은 아현동이었고, 선거날 새벽부터 끝날때 까지 선거장소 주변과 골목들을 감시하였습니다. 물론 동장등의 이상한 낌새도 많았지만 예전처럼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과는 물론 노태우의 승리로 끝났고, 결국 나중에 YS, DJ순으로 대통령을 하였었죠.

대통령선거 하면서 DJ만 세번 내리찍었었는데 결국 하셨었고, 대통령 하실때는 실망도 많이 했었는데, 역시 돌이켜보면 그건 대통령의 한계이라기 보다는 국민들의 한계였지 않나 싶습니다.

DJ의 죽음앞에서 과연 20년넘는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무었이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유토피아처럼 여겨지던 사회주의의 몰락과 신자유주의의 득세, 다시 금융의 위기로 혼란의 시대가 도래하고,

좋은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으나 그 좋은 사회는 이전보다 오히려 더 멀리 멀어져간 느낌입니다. DJ가 살아있으면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들이 많았을텐데, 1년만 더 살아계셨으면 많은 역할을 하셨을텐데,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