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어렸을 때 흐릿하게나마 대통령이 티비에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대통령이 티비에 나오는 건 흔한 모습이었는데 그날은 유독 무슨 죄지은거 마냥 카메라에 서있더란 말이죠.

그리고 제가 대학교와서 그날, 그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전공 수업의 중요한 일부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_-



#2

국민학교 다닐때는 생일파티가 꽤나 중요한 이벤트였지요.

친구를 초대하고 그러다 누굴 잊어버리고 안 부르면 인연 틀어지는 건 시간문제였던 그때.

그 날도 제 생일을 맞이하야 어떤 친구들은 초대하고, 어떤 친구들은 함께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걷다 우연히 본 티비에서 건물 하나가 땅으로 꺼졌더군요.

집에서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백화점이 무너졌다고....


#3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나서 대학교를 입학하고, 세상모르고 술을 먹을 무렵이었습니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시기에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보여 축구경기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티비에서 속보가...

다시 한번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몇 년 전 누군가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해주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하길

"그 날 나온 모든 신문을 사주고 싶어요. 아이가 세상에 온 날 이 곳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고 싶거든요."

라고 말한 기억이 유난히 남아서 일까요.

전 생일이 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고, 그 날의 신문을 사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PS 아침부터 문자에 축하한다고 전화, 노래불러주려고 전화......

하지만 다들 "오늘은 재밌게 노시구요, 주말에나 봐요~"라고.....

생일날 따돌림 당한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