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창조된 것이냐 진화된 것이냐라는 논쟁이 야기되는 근원에는 인간인식의 근원적 불가능성이 자리합니다. 인간의 인식방식과 구조 자체가 합법칙적이고 체계적인게 아니라 역설적paradoxical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관념과 세계라는 객관을 이원적으로 보려는 태도도 정신과 세계의 변증법적 통일을 이야기한 헤겔적인 관념론적 일원론도 결국은 이러한 인식의 역설적 모습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라는 고대 철학도 결국은 하나의 인식상에서의 논리적/체계적 곤궁을 돌파하기 위한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인간 이성의 한계를 반성해 보려고 했던 칸트의 비판철학도 결국은 그 '초월성'이라는 범주를 채택함으로써 순수한 인간의 의지나 주관에 의한 객관의 파악이 불가능함을 '이율배반'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근대에 후설철학에서 '현상학'이란 방식으로 인간인식의 가능근거를 파고든 결과도 결국은 '지향성'이었죠. 이것도 결국은 인간의 인식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결국 헤겔이 일찌감치 지적한 것처럼 세계는 노에마(의식대상)과 노에시스(의식작용)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주어지는 '시간체험'이라는 것이지요.

시간time 이라는 것은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논한 것처럼 인식의 선험적 가능조건입니다. 시간은 논리적으로 혹은 체계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지요. 인간의 경험은 다만 이 시간경험을 기반으로 해서만 가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인식의 근원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왜 우리가 이러한 시간을 전제로한 인식만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만, 그 결과로서 알수있는 것은 우리가 다만 그것을 기초로 사고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만 얻게될 따름이지요.
 
이것을 결국 인간의 인식 혹은 의식이라는 것이 무전제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순수한 논리로서는 분석할 수없는 체계 외부적 세계 혹은 물질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다만 승인하게 될 따름이지요.

진화론 창조론 논쟁도 이와 마찬가지의 맥락입니다. 세계의 창조주가 있는가? 아니면 세계는 다만 그자리에 있었을 뿐인가와 같은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의 인식으로서는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답만 주어질 뿐입니다. 그 질문 자체가 체계외부를 '지향'하는 질문이기 때문이지요. 하이데거가 일찌기 지적한 것처럼 존재의 근거 자체를 묻는 것은 인간이라는 현존재Dasein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세계의 근원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초월적 물음입니다. 논리의 회로 내부의 질문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의문 혹은 질문이 가능하게 하는것이 바로 인간의 '이성'입니다만 칸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것은 분석적 지식인 '오성'과는 구별되는 인간정신의 특징입니다. 인간이 신에 대해서 자신의 존재 그 자체의 근거에 대해서 물을 수 있는 것도 우리에게 다 이 이성이라는 반성적 태도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이성의 존재는 거꾸로 말하면 이성의 불가능성을 지기하는 자기모순성을 아포리아로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