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출근하던 사무실 뒷쪽 주택가에 사시던 분이 계셨습니다.
물론 얘기 한마디 나눠본 바 없으나 십몇년이 지난 지금도 그분을 똑똑히 기억하는 것은
그분의 유별난 차사랑(?) 때문입니다.

당시 인기를 끌던 르망 금색차량을 소유하신 분인데
무슨 직업을 가지셨나 모르겠으나 오후 다섯시쯤 되면 퇴근하셔서
하시는 일이 차닦기였습니다.
 
그것도 부인과 노모 이렇게 세분이서 바께스, 물걸레, 마른걸레 다 동원해서
정성스레 세차를 하는겁니다.
그냥 대충하는 법이 없이 정말 정성스레 구석구석
하루도 걸르는 날 없이 그렇게 세차작업을 합니다.

물론 비오고 눈오는 날은 제외하고, 제가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은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정성 덕분으로 차는 정말 반짝반짝 기가 막혔습니다.
제기억으로 당시 출고된지 3~4년 정도 됐던 모델이었는데
 어제 뽑은 새차라고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저는 결코 그게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사람이 차를 사용하는게 아니라 떠받들고 사는것 처럼 여겨지더군요.

저 역시 지금 생각해봐도 여태까지 제가 탔던 차 가운데
기름 조금 먹고 튼튼하고 적당히 낡은데다 프레임 사륜구동이라
비포장이 됐든 오프로드 산길이 됐든 막몰고 다닐 수 있었던 
그 똥차 탈 때가 가장 마음 편한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시내 차몰고 나와 정말 호텔주차장 같은데 주차하려면 맘이 불편해지죠)

주차장에 일려주차 되어있을 때  
앞뒤차량 간격이 좁으면 범퍼로 슬슬 앞뒤로 밀어서 공간 확보해서 나온다는
유럽의 자동차 문화가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너무 무리한 생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