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소주건 맥주건 양주건... 주종을 불문하고 두 잔 이상을 마시면 머리는 빙빙 돌고

가슴속에서 심장이 100M를 전력질주한 모양으로 심하게 뛰었으니까...

대학땐 술 두잔먹고 테이블에 엎어져 자는것이 일이었다.

친구녀석들은 항상 그저 그러려니...하면서 한참을 자고 일어나면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아니 시작한것이 아니고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물론, 내 뒷담화를 했을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하다는...;;


이러던 내가 언젠가부터 술을 매일 마시다시피 하고있다.

혼자 생활하는 관계로 처음엔 잠이 안와서 소주를 반병남짓 마셔야 겨우 잠이 들수 있었고,

나중엔 왠지 마시지 않으면 허전해서 소주건 맥주건 마시게 되었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직원들과 함께 "회식"이란걸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요즈음의 치사량인 한병을 넘게 마시게 되는적도 없지는 않다.

(그래도 주사라는게 없다고 하니 나이 먹고 챙피 떨 일이 한가지라도 줄일수 있어 다행이다. 뭐 술자리에서 잠드는 일은 학교 졸업하고는 없어졌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물론 쓰러져 자는 타입에서 몰래 도망(?)치는 습관으로 바뀌었지만 챙피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바로 막걸리를 얼마전부터 먹게 되었다.

예전 어떤 어르신이 막걸리 예찬을 하신적이 있는데, 설마! 라며 믿지 않은것을 요즈음엔 새록새록 진리가 되어 내 귓전을 맴도는데...

막걸리를 먹고 좋은 점 몇가지를 소개해본다. (주당들께서는 다 아시는 내용일것이니 여기까지 보시고 스킵을 권장한다)

1. 안주가 무엇이건간에 다 잘 어울린다.

주로 부침개종류를 안주로 생각하시는데, 김치 하나만 놓고 먹어도 먹을만하다. 과자 부스러기를 놓고 먹어도 나름 맛이 있다.

2. 주량이 일천하여 많이 먹는다는 말술은 못해봤지만, 700ml짜리 두병 이상을 먹어도 다음날 아침 속이 불편하지 않다. 곡주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맥주도 곡주라면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오히려 출출한 늦은 밤에 막걸리 한병이면 속도 다스리고 포만감도 있어 나의 냉장고엔 막걸리가 한두병이 항상 재워져 있다.

3. 술 먹고 난 다음날 속이 편하다는 말은 두번째 이유에서 나왔지만 한번 더 써 본다. 3번에서의 속은 바로 장(腸)이다. 2번이 위(胃)라면 아랫배를 지칭하는 속을 말한다.
어떤이는 변비가 심하여 요구르트를 장복하고 있으나 그 효력이 요구르트보다 막걸리가 더 좋다고 느껴진다는 말을 할 정도이니 가히 유산균이라면 막걸리를 빼 놓고 이야기하면 안 될 세상이 왔나보다.

쓰고 보니 별로 큰 장점이 아닌것 같아 조금 속 상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막걸리를 먹는것이 위에서 나열한 장점을 고루 섭취할 수 있을까?

바로 生막걸리를 섭취해야 한다.

양조장에서 칼침 맞을 각오를 해야 하겠지만, 죽더라도 바른말을 하고 죽어야 때깔도 곱다...(응??)라는 말처럼 生막걸리가 월등하게 좋다고 감히 생각한다.

왜일까?

바로 효소의 유무를 결정짓는것이 바로 막걸리의 장점을 유지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니 말이다.

요즘 잘 팔리는 生막걸리는 뭘까?

뭐니뭐니해도 "서울 장수막걸리"다.(이건 이 회사에서 돈받고 쓰는 글이 아니니 실명이 거론되더라도 여러분들이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장수막걸리의 특징이라면 살짝 새콤하고 살짝 달짝지근한 그리고 맥주처럼 톡 쏘는 맛이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막걸리 먹고 트림하면 나는 냄새도 이젠 거의 사라진 느낌이다.


이 장수막걸리에 도전하는 막걸리가 얼마전에 새로 출시되었으니 바로 국순당이라는 전통주계의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국순당 生막걸리"다.

늦었지만 어제에야 비로소 시음을 했으니 익숙한 장수막걸리에 비교하기엔 좀 무리가 있으나 굳이 비교한다면 탄산기가 적어 가스발생이 적고, 약간 시큼한 맛보다는 약간 달짝지근한 느낌이 더한 정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은 느낌이다.

참고로 8도유명막걸리를 모아 놓고 자칭 전문가분들이 모여서 드신 결과 많은 분들이 국순당의 생막걸리 손을 들어 주었다는 기사도 나온바 있다.

어쨋거나... 서울이라는 아니 수도권이라는 거대시장을 두고 두 회사가 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인데 그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사실상의 승부는 이미 난 형국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바로 유통기한의 차이이다.

生막걸리의 특성상 효소가 살아있는 정도로만 유지되어야 제맛이 나는데(효소가 너무 활성화되면 식초맛이 난다지요... 사실 요즘 막걸리의 부활은 유통경로의 발달로 인한 부분이 정말 지대하다. 바로 냉장유통의 시대가 그것이다. 냉장유통의 위력을 예로 들자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국산소고기가 냉장으로 서울의 유명음식점에서 생고기로 맛볼 수 있는 세상이 요즈음이니 말이다) 장수막걸리와 국순당막걸리의 유통기한은 각각 10일과 30일이니 승부는 안해봐도 이미 결정난거 아닌가 말이다. 

유통기한의 비밀은 회사의 기밀이겠지만, 병뚜껑의 차이가 기간을 좌우한다는 說이 가장 유력하다.





두서없이 마구 써내려간 글인지라 많은 이론도 발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유없이 욕을 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살살 봐주면서 댓글 달아주시길...;;



P.S : 술은 유통기한이 없다는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맛의 차이가 발생하니 常味기간이라고 고쳐 불러줘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