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야오이(남자 동성애) 영화는 엄청나게 생산이 됐죠(소비가 됐다..가 더 적절할지도)

브로크백 마운틴, 왕의 남자, 안티크, 쌍화점...
그리고 커피프린스 1호점(윤은혜가 여자라는 성별의 알리바이가 있긴 하지만 결국 게이물), 바람의 화원(문근영은 너무 여자 같아 이거는 좀 애매)

물론 알려진 대로 여성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왜 여성들이 이런 남자 게이물에 열광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원인에 대한 논의가 좀 불분명한 편입니다.
뭐 제가 "그 답을 확실히 제시할 수 있다" 그런 건 아니고...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쓰자면..

확실한 건 남자 동성애물을 소비한다고 해서 동성애라는 마이너리티에 대해 여성들이 정치적 동의를 보내는 의미는 아니라는 겁니다.
포르노를 남자들이 소비한다고 해서 포르노의 존재 자체를 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
(물론 행위적 동의나 묵인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자신이 판단의 주체가 돼 결정한 정치적 투항은 아니죠)

저는 그러한 야오이물 소비와 팬덤이라는 일련의 현상들이 여성들 사이에 반복되는 것을 보고서
전형적인 남근결핍에 의한 남근선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는 남근이 팔루스인지는 좀 불명확합니다.
그리고 '여자가 자기를 열등하게 여겨 의식적으로 남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 아닙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통해 남근결핍을 보충하고자 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거세 위협에 시달린다"는 식으로
욕망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해석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남근적 판타지를 현실화한 여성 자신의 외면의 치장을 유지한 채,
남근을 부착해 남근 결핍을 해소한 여성 자신이 곧 '꽃미남'이고(더블 남근 선망?)
그 꽃미남은 또 다른 꽃미남을 거울 이미지화해서(곧 꽃미남끼리의 섹스를 통해) 자기 객관화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거는 정치적인 의지가 아니라 퇴행이지요. 구준표와 윤지후는 언제 키스할까요?

그리고 김연아입니다.
'서구성'(westernity? 이런 단어있나요?)이라는 바깥의 거대한 남근의 존재가 내부에 격렬한 소외를 낳는 사회가 일본과 한국인데
공교롭게도 그 두 나라는 여자 피겨스케이트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여자 피겨 스케이트는 그 모든 구성요소가 서구성 그 자체이고 이쪽에서 볼 때 피겨스케이팅계의 성공적인 진입은
서구성에 대한 강한 동경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복식과 율동과 음악과 여성성은 모두 남근적 판타지가 뒤집혀 서구성으로 실현돼 여성들에게 소비되는 버전이라고 할까...  
그런 식으로 남근선망이지요.
그래서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격렬하게 열광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들입니다.
이런 식으로 풀이하지 않으면 그게 선뜻 이해가 안 되죠.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짧은 치마 입고 팬티도 보여주는데 왜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게 더 인기?' 이런 식으로요

일본이야 탈아입구의 욕망, 곧 남근선망에 불타오르면서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무진장 집착해왔고
최근에 한국이 김연아로 그걸 흉내내고 있는 형국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해석이고 물론 해석은 틀릴 수도 있고 해석이 현실을 구속하는가는 불분명합니다.
그런데 '커피프린스 1호점'을 만든 그 여자 피디가
이번에 또 '트리플'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그게 여자 피겨스케이팅 드라마란 말이죠.
야오이와 여자 피겨의 남근선망 콤보인데...
해석에 신빙성을 더해줄만한 근거가 생기는 것은 해석하는 이 입장에서는 좋습니다만...
그다지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은 것이 신선한 시도인 것마냥 이야기되는 것이 좀 씁쓸하더군요.
포르노가 크리에이티브해봤자 얼마나 그렇겠습니까? 그러려면 거기에도 꽤나 많은 정치적 파괴가 필요한데 
한국의 소비적 야오이물은 별로 그런 면은 없지요. 그냥 욕망의 현실화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