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는 라면을 끓일 때 한번만 쪼개고 말았는데
어떤 여자를 만날 때 두번씩 쪼개라고 해서 그렇게 하게 된 이후로 무의식적으로 계속 그러고 있습니다.
그때는 여자는 입이 작아서 그러겠거니 했는데
생각해보니 면을 길게 해서 적은 횟수에 한 냄비를 먹느냐, 짧은 면을 여러 번에 걸쳐 먹느냐의 차이더군요
면을 여러 번에 걸쳐 젓가락질을 하기 싫어하는 나는 그런 방식이 좀 불편하지요
나는 단지 나만 편한 것을 내 방식대로 하자고 요구하지 못합니다
이건 착한 게 아니라 멍청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이 사물에 깃들어 있을 때는 난감하군요
그 물질적 사물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내 행동이 계속 고정된 채로 반복되는 데다가
그 행동을 의식적으로 멈추려면 상대방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그때마다 상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여자도 나에 대해서 그런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불편할 때가 있겠지..'하는 식으로 너그러워지지요
물론 자기 최면입니다.

이런 균질하지 않은 생각을 하며 살다가 나이를 먹고 떠나는 게 인생이겠지요
참 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