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가을엔님 글 읽고 얘기하다 보니..
호출기가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 이 사진이 있네요..
이 호출기 제가 썼던거거든요..

요즘의 손전화와 다른 한박자 느린 연결고리를 제공 해주었던 삐삐..

무엇보다 그리운 건 음성기능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남겨준 음악..
혹은 얼굴보고 못하겠던 쑥스러운 말들..
또 여러가지 말을 표현하던 숫자들..

여러기억들이 있지만.. 제일 기억나는건..
군대간 남자친구가 있을 때..
그때가 삐삐랑 피씨에스가 공존하기 시작할 무렵..
친구랑 전철타고 학교가고 있었는데..
음성한통이 온거에요.. 사실 그때 피씨에스통화료가 무척 비쌀때였는데..
큰맘먹고 친구가 빌려준 그 전화로 음성을 들었는데..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가 아주 급하게 남긴듯한 단 한마디..
"사랑해.." 그거 듣고 전철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도 많은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기억은 지워지지가 않네요..

그냥 번호만 누르면 다 연결되는 요즘..
어쩐지 가끔은 삐삐가 그리워지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