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뉴스가 한참 나오던 시점인 오전 9시 전후에만 해도 전 잠에서 깬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깨우셔서 눈을 떴을때, 지나가는 말처럼 하시는 오늘 처음으로 인식된 말이 '노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이었습니다

'에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냥 씻으러 들어갔었는데, 씻고 나와서 뉴스를 보고 그제야 상황파악이 되었죠


솔직히, 재임시절엔 이상적 가치나 정치적 이념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도 많았고 충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는 없어서, 정작 저보다 더 과격한 몇몇 지인들이 폄하하는 발언을 하면 옹호해주게 되던 사람이었고

퇴임 이후에 모습이 너무나 푸근하고 유쾌해서 '한국 사회에 이런 사람도 나올 수 있구나' 하면서 즐겁게 만들어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는데

이래저래 참 차츰차츰 실감이 나면서 더욱 안타깝고 멍하고 그러네요


이런저런 수사들로 인해서 사실상 정치적 사회적 생명이 바닥나버렸다 싶어서 안타까워하면서도

왜 그것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상처받아했을 그 마음을 헤아리진 못했는지-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어떻게 할 수는 없었겠지만

괜히 자책감도 들고 이래저래 아프네요

뭔가 굉장히 허탈하고 멍하면서 그냥 슬프구요

그만큼 내가 이 사람을 좋아했던가 싶기도 하고 적어도 사회의 어른으로 있어야 할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함에 있어서 엄청나게 상실감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엔 정치적 타살이라든지 정권과 사법부에 대한 분노, 적개심때문에 혼란스러웠는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고인의 죽음에 있어- 전직 대통령이셔서 서거라는 표현이 옳겠지만, 인간대 인간의 의미로 표현해서 죽음이라 쓰겠습니다- 원인 제공에 의한, 타인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올바른 것인가, 그 자체가 고인의 죽음 그 자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니, 그냥 지금은 순수한 의미에서 그냥 그대로 애도하고 슬퍼하고 싶고, 그게 옳은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고 어느 것에 분노하고 어느 것에 슬퍼해야하는지는 너무나 명백하지만

적어도, 고인이 떠난 오늘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순수한 의미에서, 마음을 다해서, 고인에 대한 추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말없이 이래저래 글들 찾아보고 읽어보고 또 그 반응들 보고 하면서, 그냥 계속 더 슬프네요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가셔선 부디 행복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