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하니까 떠오르는 기억이...



당시 저희 동아리방이 쫌 후미진 곳(정확히는 계단 밑)에 있었습니다.

공강이라 동아리방가서 기타나 쳐야지 하고 갔는데... 이거 문이 잠긴 겁니다. 열쇠를 딸 줄 알기 때문에 따봤는데 그래도 안 열리는 겁니다. 안에서 안전장치까지 잠근 거죠...

"뭐야 이거... 안에 누구야!"

큰 소리를 치니까 나이 서른이 넘었던 초장수생 선배가 쓱 나오더군요...

"어 고추왔냐?"

"어? 선배 문 잠구고 뭐 했어요?"

근데... 그 선배의 뒤로 여학생이 보이는 겁니다. 동아리에서 나름 인기 있던 여학생인데 솔까말 제가 보기엔 별로인데 공대생들이 많은 동아리라 그런가 늘 인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단 박양이라고 합시다.



"어라? 박양도 있었냐?"

"어... 선배..."



갑자기 기류가 묘하더군요... 퍼뜩 눈치를 채고...

"에이~ 내가 눈치없게 왔구나 나 갈게요"

그리고 돌아서려니 그 장수생 선배가 저를 붙잡더군요 니가 생각하는 거 아니라고... 박양이 요즘 어려운 일이 있어 상담 중이었다고...

여튼 뭔 속셈인지 뻔해보여서 그냥 모른체 해주고 세월이 지났는데....

저는 군대가고 와보니 다 졸업하고 없고... 친할 일도 없는데다 그 장수생 선배는 어디어디 멀리로 취직해 갔더군요.

여튼 다 잊고 있다가 2000년대 초반 쯤 우연히 동창들을 만나 과천을 지나가다 그 선배가 여기 사니까 밥이나 먹자고 하더군요.

반갑게 만나 인사를 하려는데 그 박양이 같이 나오더군요. 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스...




잘 사시는 것 같아 좋은데... 여튼 왜 그때는 구라를 치냐구 누가 떠들고 다닐까봐? 킁






근데 후일담을 들어보니 초콤 웃긴게...

저는 당시에 입 다물고 못 본척을 했는데 동아리 내에서 소문이 다 났었다더군요 ㅡ,.ㅡ (나만 병진) 누가 퍼트렸나 했더니 결국 그 선배 본인이더군요 헐...




항상 입 다물라고 하는 사람이 먼저 비밀을 누설한다더니... 커커커커커

그나저나 그때 만났을 때 박양더러 잘 사냐고 물어보니 애만 안 생겼어도 안 살았다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