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의 변화된 최근 행보를 보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아래에 박노자씨의 칼럼이 굉장히 인상깊죠. 양심적 지식인은 원래 드물다는 이야기. 양심적으로 살다간 톨스토이는 결국 쓸쓸히 죽었죠. 사후에 지속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지만요.

황석영씨 같은 예는 역사에서 무수히 많고 결국 하나의 흐름입니다. 그 흐름을 무시하고 계속 사는 사람이 오히려 적죠.

386정치인, 일부정치인들이 욕먹은 이유중에 하나도 그들이 젊었을 시절의 그 이념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존 정치인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결국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의 대부분도 '처세'로서 진보를 이야기 했지 체화된 신념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종태씨의 글에 보면 1930년대 식민지조선에서도 사회주의 이론은 팬시한 '처세의 상식'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현시대도 마찬가지이고, 소위 진보세력의 극심한 분열과 파쟁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을 우리나라에 소개한 안병직교수가 뉴라이트의 핵심인물이 되어 있다는 사실도 이런 면에 비추어보면 놀랄일이 아니죠.

그런 면에서 북쪽의 김일성도 역시 이런 인물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구요. 그가 진정으로 '인민'을 생각했다면 국가가 저렇게 될때 까지 놔두지 않았겠죠.

제가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았다는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삼성과는 타협했지만요, 그가 하려고 했던 실험은 세계경제속에서 한국이라는 현실을 그스르지 않고 나름대로 조그마한 진보들을 들여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기존세력과 타협했고 그게 신자유주의의 확대를 낳았고 결국 그 결과로 그가 하려고 했던 정치나 사회, 복지적인 측면에서도 조그마한 진보를 가져오지 못하고 실패하고 맙니다.

그런 처세로서의 진보를 팔아먹지 않아도 되는 저 같은 경우는 행복한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오히려 진보를 이야기 해서 득볼게 없는 직종에 있는지라 함구하며 생활하기는 했죠.
그래도 요즘은 조금씩 발언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러나 이정도도 저 사람은 특이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저는 진보에 목숨거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저도 무언가 있어보이는 '이타적 진보' 를 제 가치관의 '처세'로 약간 이용하는거 아닌가 하는 자기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진짜 존경하는 선배가 한분 있었습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조용히 대학을 2등으로 졸업하고 진짜 똑똑한 내과의사가 되었지만 전문의를 따고 나서는 묵묵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진보단체에 몸담고 도와주며 살았습니다. 그리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모임내에서도 나서지 않고 20년 넘게 살고 계시죠.
그런 분이 다시 대학의 펠로우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옛날에 펠로우를 마쳤던 분이죠) 그 분과 한번 이야기 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요즘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근데 그분을 스스럼없이 보기엔 제가 살았던 과거가 너무 이기적으로 비추어지는거 같아 만나기도 두렵네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훌륭하게 살아간다는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훌륭하게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세상 살아가며 하는 나의 선택들이 그래도 훗날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려고 하는 작은 노력의 끈이나마 놓지 않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많은 비 정치인 386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것 같네요. 제 주변에서는요. 그런데 문득 내가 행하고 있는 많은 비양심적인 행동들이 부끄러워 여기에서 배설해 봅니다. 그나마 작은 노력의 끈들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베팍의 옹들에게 저의 소심함을 배설하고픈 욕구가 비오는 오후에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