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저렇게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한 것은
저런 방식으로 텍스트를 읽을 때에 그게 올바른 이해인지 오독인지 증명해내기가 거의 어렵기 때문입니다.
해석의 함정에 빠지지만 자신은 함정에 빠진 건지 아닌지 결코 알 수가 없죠
그래서 다른 사람도 그거에 동의할 수 있느냐가 좀 중요해지더군요. 그래서 제목을 저렇게 뽑았...)

음...누가 더 낫냐 서열은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유하가 다른 감독들보다 아주 훌륭한 것은 아니고
보편적 의미에서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나
자신의 영화는 굉장히 잘 통제하고 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골목을 벗어나면 힘을 잘 못쓰지만 꽤나 자기 동네 골목을 잘 주름잡는 골목대장이라고나 할까...

쌍화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주진모가 여성성을 띠고 있으면서도
조인성과 송지효의 성관계를 억압하고 금지하는 무서운 남성성을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성관계를 금지하는 방식은 조인성을 거세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니 마치 조인성과 송지효는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처럼 보입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어머니의 섹스를 막는 방법, 그건 아들의 거세겠죠.
그래서 영화에서 실제로 조인성은 거세 당합니다.
거세를 명하는 주진모의 천둥(천둥=신=아버지=금기를 만드는 초자아)과 같은 분노의 무게는 아들이 시달리는 거세 공포의 무게감과 흡사합니다. 

주진모와 조인성의 섹스는 사실상
주진모가 조인성을 지배하고 그 힘의 차이에 의해 조인성이 주진모에게 충성하는 일체화의 방식을 띠고 있는데,
그건 아들이 아버지의 남근의 권위를 수용하는 공식과 일치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권위와 복종(혹은 모방)의 교환 관계는 애초에 동성애적인 부분이 있겠죠. 

이 공식과 관계를 깨는 것은 다름아닌 송지효와의 섹스이고 
그 금기는 마치 어머니에 대한 육체적 사랑이 금지된 외디푸스적인 냄새가 납니다.
조인성은 외디푸스인 거지요.
또한 송지효는 버자이너보다는 자궁의 이미지에 가깝게 생겼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어머니처럼 푸근하게 느껴지지요

조인성과 주진모의 마지막 결투에서 조인성의 부러진 칼은 마치 아들의 거세된 남근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며
조인성이 자신의 가슴을 깊이 찌른 주진모의 칼을 빼내는 것은
아버지의 남근과 일체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외디푸스적 선택이죠.

여하튼 조인성도 송지효도 거세가 되느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섹스의 쾌락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에 의해 거세돼 삶의 주인 자격을 잃은 외디푸스는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유하가 요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는가에 대해 내기를 건다면
그렇지 않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영화가 꽤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를 끌어가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거칠고 두껍게 요소를 배치하는데 할 건 다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좀 텅빈 모조품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70년대를 재현한 것 같기는 한데 진짜가 아니라 그럴듯한 모조품을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로.
혹은 비열한 거리에서 그가 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폭 세계의 취재가 과연 그 세계의 본질을 반영하는 디테일인가가 판단하기 망설여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하가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등처럼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지는 않지만
유하 말고는 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면에서 꽤 지켜봐야할 만한 감독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