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느즈막에 막 방학하고 부산에 내려온 사촌언니랑 우리집에서 놀던 중

언니 : 젤라야 니 앞머리 너무 많이 길었다. 무슨 삽살개도 아니고.
나 : 안그래도 주말에 머리숱치러 가면 좀 자르려고 ㅋㅋ
언니 : 야 그러지 말고 앞머리만 내가 지금 다듬어줄게
나 : 언니야가 어떻게?
언니 : 내한테 미용가위 있다 ㅋㅋㅋ
나 : 헐... 근데 언니야 잘 자를 수 있나?
언니 : 당연하지. 내 앞머리도 맨날 혼자 자르니까 믿어라
나 : 아, 왠지 쫌 불안한데..... 믿어라 해놓고 미친년 꽃다발처럼 자르는 거 아니가?
언니 : 그 입 안 닥치나 -_- 진짜로 그렇게 해줄까?
나 : 아니요, 저는 언니님만 믿고 맡길게요. 잘 다듬어 주세요

이렇게해서 언니가 자기 파우치에서 미용가위를 꺼내오더니
저를 의자에 앉혀놓고 제 앞머리를 다듬기 시작했어요.

자르는 내내 괜찮은 척 하려고 애쓰긴 했지만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싹둑싹둑 사각사각" 소리가
진짜 무슨 공포 영화 bgm처럼 들리더라고요

아무튼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공포의 앞머리 다듬기가 끝나고
언니가 "다 됐다!" 란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바로 뒤에 있는 거울을 홱 돌아봤는데.....

나 : 아아아아악─!!!!!!!!!!!!! 이게 뭔데!!!!! 이게 잘 자르는거가?!!!!!!!!!!!!!!
      내가 니 이럴 줄 알았다!!!!!!!!!! 이 빵꾸똥꾸야!!!!!!!!!!!!!!!!!!!!!!!!!!!!!!!!!!!!!!!!!!!!!!!!!!!
언니 : 뭐라하노? 깔끔하게 잘만 잘랐구만. 거울이나 제대로 보고 말해라
나 : 봤으니까 이렇지!!!!! 니도 눈이 있으면 봐봐라!! 무슨 쥐파먹은 머리마냥!!!!!!!!!!!!!!!!!!!!!!!
언니 : 야, 길이 딱 맞춰서 자르면 오히려 촌스럽대도.
         이렇게 약간 길이 엇맞춰서 자르는게 훨씬 자연스럽고 예쁘다
나 : 약간 길이를 엇맞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앞머리 숱 반을 날려먹었네!!!!!!!!!!!!!!!!!!!!!
      이제 어쩔건데?!!!!!!!!! 이건 완전 미용실 다시 가도 못살려내겠구만!!!!!!!!!!!
      이래가지고 쪽팔려서 데이트고 나발이고 밖에 절대 못나간다!!!!! 허엉헝헝어어엉헝헝허엉어엉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                 내 머리 책임지라 ㅠㅠㅠㅠㅠㅠ 도로 돌려내라 빨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니 : 아, 진짜!!!!!!!!!!!!!!!! 이미 자른 머리를 어떻게 돌려내노? 괜찮다니까?!!!
         이제 살짝 더 길면 진짜 예쁠 걸?
나 : 장난하나 ㅠㅁㅠ 그게 지금 말이가 방구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제가 아주 혼신의 힘을 다해서 통곡을 하고 울어대니까
처음엔 엄청 어이없다는듯 짜증만 내던 언니도 내심 미안해졌는지
저한테 우느라 배고프지 않냐면서 뭐 먹고싶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눈물 콧물 있는대로 질질 짜던 와중에 "산낙지" 라고 했더니
진짜로 근처 횟집가서 산낙지를 사왔길래 실컷 울다가 좋~다고 배터지게 먹었어요 -_-;;
(중간에 모 언니 유저에게 산낙지 먹는다고 자랑 문자 날렸다가 저녁메뉴 배틀 떴음 ㅋㅋㅋㅋㅋ)

근데 다 먹고 배부르니까 다시 우울..........
티비를 봐도 우울..... 컴퓨터를 하려고 해봐도 우울.........
아주 우울하다못해 짜증이 미칠듯이 솟구치길래 그냥 잠이나 자자 싶어서
어젠 일찍 잠들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해서 화장실갔다가
벽거울 그 자리에서 깨부술 뻔......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다시 제대로 자라려면 적어도 보름 이상은 걸릴텐데..... 제기랄.......
내 앞머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두 번 다시 앞머리 맡기나 봐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햐... 평소에 모자 많이 사모으길 잘했네요..................
앞으로 당분간은 모자덕후마냥 머리 꽁꽁 싸매고 다녀야겠닭.........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