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의 백수시절.

딱히 할일이 없는 평일날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 자락 숲으로 돚자리 하나들고 갔습니다.
그렇게 상수리 나무가 우거진 6월의 숲에누워
나뭇잎 사이로 흘러가는 흰구름 꽃구름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옆 등산로 초입에서 들려오는 어떤 아저씨의 외침
'아이구! 이게 웬 떡이냐!'
옆에 함께 가던 아저씨의 탄성
'웬 배춧잎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댜~'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바지 앞주머니를 뒤져보니 한장있던 만원짜리는 온데간데 없고...
돗자리 들고 올라오면서 난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손을 뺏을 뿐이고...
직감적으로 감이 왔던 아저씨들은 걸음을 빨리하여 나를 스쳐갔을 뿐이고...
난 그 두사람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봤을 뿐이고...
나는 그날 저녁을 굶었을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