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국적제약사 GSK의 면책 특권을 주는 등 굴욕적인 조건을 제시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8일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질병관리본부와 GSK가 9월 2일 체결한 신종플루 백신 구매의향서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구매의향서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GSK의 고의적인 귀책사유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를 제외한 제 3자의 모든 소송과 청구에 대해 책임을 면해주기로 합의했다.

이는 백신 접종을 받고 사망이나 상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도 제약사의 고의성이 밝혀지지 않으면 모두 한국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또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가 나기 전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보관비용도 질병관리본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박 의원은 "정부가 지난 8월 말 GSK와 신종플루 백신을 연내 공급받기로 했다고 확정 발표했는데, 한 달이 지난 후 보니 당시 확정 발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구매의향서를 토대로 한 것이었고, 계약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나 시민단체, 전문의료단체 등이 GSK에 문제제기를 할 경우 언제든 백신을 팔지 않겠다는 협박성 요구를 한국정부가 수용하고 서명했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제라도 그런 굴욕적인 백신 계약을 추진하는 것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