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꽤 놀라운걸 발견했다.어떤 동아리 블로그인데...


예전에 대학에 막 들어간 신입생때 들뜬 마음으로 이런저런 동아리들을 저울질 할 때

은근히 선망의 대상이었던 동아리가 있었다.


아마추어 무선통신(HAM), 아직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워드프로세서도

모르고 손으로 리포트를 적어내던 시절이었다.


핸드폰은 물론이고, 삐삐(Beeper)도 보급되기 몇 해 전이었다.


무선전파를 날려서 내 전파를 받는 전 세계의 어딘가에 있는 불특정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고수들은 '또 또 쯔쯔'하는 모르스 부호를 교환하는 사람들...


지금 생각하면 참 원시적이며 낭만적인 의사소통 방법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당시엔 뭔가

월드와이드하고 첨단을 달리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몇년전엔가 보았던 유지태와 김하늘 주연의 '동감'이라는 영화에서 시공간을 달리하는

두 사람을 이어주던 매개체가 이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이었다.


이제는 그야말로, 인터넷의 시대이다.

이메일, 메신저, 채팅 프로그램, 스카이프, 인터넷전화, 트위터.......

무선전파 따위보다 훨씬 간편하고,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 있다.

당연히 아마추어 무선통신은 사라졌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원시적인 장치를 이용하여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대학에 이런 동아리가 남아있는지 궁금해졌다.






2.

기술의 발전이 항상 인간에게 편안함과 더불어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는 발전의 단계를 인위적으로 한정하여 딱 어느선까지만 개발하고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난 핸드폰이 참 싫다.


현대를 살면서 핸드폰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지만, 가끔씩 급하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핸드폰은 날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존재이다.


이상하게도 난 전화벨 소리가 참 싫다. 일단 전화가 오면 뭔가 불안해지고, 거부감이 먼저 앞선다.

남의 전화벨 소리도 싫지만, 내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건 훨씬 더 싫다. 예정하지 않고 찾아오는 불청객 같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별난 경우겠지만, 사람 많은 공공장소나 지하철에서 별 시덥잖은 내용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들도 참 싫다.

핸드폰이 없었다면 학교나 도서관등에서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적었으리라.


난 개인 통신수단의 발전단계가 딱 삐삐정도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급하면 급한대로 호출을 할 수 있고,

8282나 1010235 같은 음성을 딴 암호같은 숫자메세지도 나름 귀여웠다.


메세지를 받은 사람이 선택적으로 대응을 해서 전화를 하면 되는것이다.


핸드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인터넷을 하고, 이젠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시대.....


어렸을적에 상상했던 미래에는 사람이 어느 장소에서건 손목시계에 입을 대고 전화하듯이

말을하면 상대편과 의사소통이 가능할거라 생각했다.


다른 기술의 발전은 상상보다 더딘데 통신의 세계에서만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나아가고 있다.



내가 어디에 있던, 나를 불러내고, 나를 찾아내고, 나에게 일을 시킬수 있는 세상...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속박의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