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결정난 일인데 조만간 이사를 할 것 같다.

멀리 가는건 아니고, 같은 단지내에서 좀 더 평수가 큰 아파트로......

신촌에서 만나서 연애하고 많은 세월을 신촌에서 보낸 나와 마눌은 이 동네를 좋아라한다.



돈이 생겨서도 아니고, 빚만 더 늘어날 뿐이다.

신혼때부터 나의 방침은 그랬다. 돈은 없더라도 적은 돈에 은행 대출을 잔뜩 안고서라도

전세를 살기보다는 자가를 살고.....


그러다 빚이 어느정도 줄어들면 대출을 더 받아 좀 더 비싼 아파트로 갈아타고.....

어쨌든 그러다보니 셋방살이의 설움이나, 때되면 집주인이 보증금 올려달라는 설움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런 케이스인데.....

이번에 좀 달라진건 사실 지금까지는 집의 명의를 마눌 이름으로 해 놓았었다.

딴 이유가 아니라,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어도 상관 없는것, 그냥 마눌 기분이라도 좋게 해주자는

내 나름대로의 복안이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 그나마 자기 앞으로 등록된 재산이 있으면 뭔가 뿌듯한 모양이다.

집도, 차도, 통장도 모두 마눌이름으로 되어 있다보니, 나는 사실 완전 빈털털이다.

우리 어머니가 사정을 아시면 괜히 신경쓰실것 같아 비밀로 해 왔지만, 부부가 둘이 살면서

둘이 같이 벌어서 살림을 늘여가면서.....자그마한 성취를 모두 마눌의 이름으로 해 놓았다.




마눌은 가끔은 의기양양 하기도 하고, 가끔은 미안해 하기도 하였다.

마눌이 가끔은 모든 재산을 자기앞으로 해 놓고서 나중에 쫒겨나기라도 하면 어떡할거냐고 물었다.


그럴땐...


"김**(마눌이름)한테 버림받으면 죽어야지, 난 죽을텐데 돈이 무슨 필요야?"


내 인생을 마눌한테 올인했다는 투로 말하면, 마눌은 기분좋게 낄낄 웃곤 했다.




가끔은 부부싸움을 하다가 마눌은 나한테 이런식으로 말하곤 했다.


"내 집 바닥에서 발 떼"

"내 집 침대에 눕지 마"

"아니꼬우면 니네 집에 갓!"



이런 치사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나는 은근히 재미있기도 했다.








집 계약문제를 돕기 위해서 대전에 계신 장모님이 올라오셨다가, 지금까지 집의 명의가 마눌

이름으로 된 걸 아시곤 깜놀하셨나보다. 그래선 안된다고 하면서 새로 계약하는 집은 부부공동명의로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 하신다.



별 상관없는데......당신 딸 이름으로 해줘도 난리다.





이젠 마눌이랑 투닥거릴 때...


"내 집 바닥에서 발 떼, 붕붕 날아다녓!!"


이런 소리는 안 듣겠구나.
 





왠지 아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