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 먹은 몸만 어른인 셈이다.


어릴적부터 여자 형제가 없는 환경, 그리고 전혀 여자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남중, 남고 크리를 타서
그런지 나의 여자에 대한 관점은 순정만화 수준에서 고착되어 있다.

마눌외에는 여자와 특별히 깊은 관계를 가져보지 않아서 그런건지, 머리속에서야 나이 먹은 티를 내느라
여자라는 생물에 대해 이해한다면 이해한다 하겠지만, 아직도 감성이 느끼는것은 초등학생 수준인것 같다.


나는 여전히 여자...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름답게 생긴 여자 사람을 숭배하고 떠 받든다.


이쁜 여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며, 고결하고 우아하며, 나쁜 짓은 전혀 하지 않고 항상 깨끗하며
왠지 화장실도 안 갈것같은 그런 느낌을 가지고 산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범죄는 빌어먹을 남자 사람과 일부 못생긴 여자 사람들이 다 저지르고,
아름다운 여자 사람은 항상 피해자일 뿐이다.

아름다운 여자 사람은 항상 선이고, 빛이며, 정의의 편이다.


머리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가르쳐도 감성이 이르는 바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가끔씩 연예계에서 무슨 일이 터질때마다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같은 혼돈에 사로잡힌다.


오현경의 비디오 사건...

황수정의 마약과 최음제 사건...


아름다운 그녀들의 그리 아름답지 못한 사건을 들을 때마다 호기심 이전에 소년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아로새겨졌다. 그 아름다운 그녀들이 왜??



이. 영. 애


나는 그동안 그녀를 여신으로 느꼈나보다.


우아하고 고결하고 순결한 이미지......그녀는 지금까지 여신이었으며, 그녀의 퇴장도 여신다워야 했다.


모나코왕비 그레이스 켈리와 같은 화려한 퇴장은 아니더라도, 평범하든 평범하지 않든 일반인들이
납득할만한 결혼과 그 이후의 행복한 생활...아름다운 퇴장...


그녀가 그랬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흡족했을까?


뒤이어 전해오는 그 남자에 대한 이러저러한 소문들...나조차도 납득이 안 가는 이상한 남자의 행적..
나이도, 학력도 어떤것이 진실인지 모르는.....우리가 그동안 접해 본 대형 사기꾼의 전형...


그들의 사생활이고, 그들의 사랑이지만......내 여신의 선택앞에 마음이 우울해진다.



나이만 먹었지, 덩치만 커다란 아이같은 어른은 어제 왠지 급씁쓸해지고 급우울해져서 그동안
멀리했던 술을 찾았더랜다. 


여신처럼 숭배했던 누이가 알고보니 범인보다 나을것없는 개차반 일진 흑장미파 행동대장이었단
사실을 알아챈 십대처럼...


세상 무엇에도 혹하지 않아 불혹(不惑)이라는데......나는 이런일에도 마음이 미혹했구나...


이제 이영애를 내 마음에서 떠나 보내련다.  


아니, 이제 이영애뿐만 아니라 이쁜 여자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고쳐봐야겠다.


이쁘다고 더 착하고 우아할거라는 편견을 버리자. 이쁜 여자도 다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하아...근데, 정말로 이쁜 여자는 더 착하고 우아하고 고결하고 정의롭고 순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