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 엠티가요..”


이거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내가 10일 정도만 있으면 입대를 하는데, 같이 있을 시간도 빠듯한 이때 엠티를 간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엠티를 가? 과 엠티도 지금 갈 때가 아니잖아”

“왜 못가? 엠티가 뭐 별거야? Membership Training. 누군가와 멤버쉽을 트레이닝 할 필요가 있으면 가는게 엠티지 뭐 별건가...?”

“아니 그러니까 멤버쉽 트레이닝 할 사람들이 누구....., 잉?”

“바부......”

“으하하하    언제? 언제? 어디로 갈껀데...?”

“기간은 내일부터 글피까지. 장소는 선배가 정해.”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집에단 뭐라 할려고?”

“엄마에게는 말 글대로 엠티간다고 했어. 그동안 방송국 다니면서 과 사람들하고 어울리질 못해 이번에 엠티는 꼭 가야한다고 했어. 사실 과엠티 맞잖아...”



그렇다. 과엠티 맞았다. 우리는 같은 과 선후배 사이였으니까. 엠티 장소는 춘천으로 정했다.

어머니께는 친구들하고 입대전 바람이나 쐬고 오겠다고 하고는 두둑히 용돈도 받아내었다.



다음날 청량리 역 광장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하고는 나는 조금 일찍 지영이를 기다렸다.

근 1년여 동안 나에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알게해 준 사람. 처음에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 의지는 감성을 이기지 못하였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못하였던 것. 

나의 유치장 수감과 오해에서 발생된 갈등, 그리고 화해의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그녀와 무궁화 열차를 타고 춘천에 도착하니 12시 반경이였다.

역전 앞 우동집에서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는 삼악산으로 향하였다.

등선폭포에서 삼악산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한적한 산책로 같았다.

이미 낙엽은 대부분 떨어져 스산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영이와 둘만의 여행은 1년동안 사귀면서도 처음이였기에 주변 경치 등에 우리의 들뜸이 영향 받지 않았다.

산책로 같이 완만한 능선은 산행의 반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 코스는 오르막이 30도에 이르는 급경사였다. 내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하면서 두 시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춘천 호반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바로 삼악산 정상이다. 흐르는 북한강 물에 우리의 추억을 흘려보냈다.

삼악산 등산을 마치니 어슴프레 어둠이 밀려 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춘천 시내로 들어가 그 당시에도 유명하였던 춘천 닭갈비를 먹고 시내에 있는 극장에서 철지난 영화를 한편 보았다.


주윤발 종초홍이 나오는 “가을날의 동화”

찌질한 남자가 찌질한 상황이 되어버린 여자를 좋아하고 그 여자는 자기 애인을 찾아 갔다가 배신 당하고는 찌질남을 떠나나, 시간이 지나 그 찌질한 남자가 그 여자가 언젠가 돌아올 날을 기대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찌질녀와 같이 거닐던 바닷가에 세우고, 그 여자가 우연히 그 바닷가를 찾아왔다가 찌질남을 다시 만나는 스토리...

주윤발의 상황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 그녀에게 자랑 할만한 것이 없는... 이제 군대를 가야할, 그리고 제대를 한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할지... 내가 준비가 되면 그녀와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영화를 다보고 나오니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지영이와 한번도 이렇게 늦은 밤시간을 낮선 도시에서 보내본적이 없었지만  대안이 없었으므로 시내 네온싸인이 유난히 번쩍거리는 거리로 접어 들었다.



(뒷 내용은 19금이라 후략)




오늘은 대세가 춘천인가요?   한다리 살짝 걸쳐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