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유난히 더웠던 4년전 이맘 때,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여자친구와의 이별,
친구로부터의 소소한 배신(?),
졸업에 대한 압박,

이런 일들이 저를 괴롭히긴 했지만,
딱히 우울증과 불면증을 부를 만큼의,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질 않고,
아침 9시는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지만,
12시도 안 되어서 또 깨어나기를,
한 달.

딱히 밥맛이 있질 않아,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종일 먹는 거라고는,
비빔면 한 개와 물, 그리고 담배,
그렇게 한 달.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내가 지금 죽으면 며칠만에 발견이 될까,
하루? 일주일? 한 달?
죽음조차도 별로 두렵지 않았던,
그 한 달.

한 달을 아무도 만나지 않고,
바깥으로 나갈 생각조차 않다가,
우연히 담배 사러 나간 길에,
누군가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슬며시 전봇대 뒤로 숨어버렸던,
1년전 지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제가 정말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