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하던 시절... 그러니까 2003년이었네요..ㅎㅎ

"제가 100분토론에 출연했었습니다."

오늘 찾아보니...
2003년 6월 19일 목요일, 제159회 " ‘스크린 쿼터’ 논란, 그 해법은"이네요..ㅎㅎ

물론 패널이나 질문자는 아니었구요.
그냥 패널 뒤에서 얼굴이 가려졌다 안가려졌다하는 방청객이었습니다..ㅋㅋ

개인적으로 당시 스크린쿼터에 반대하고,
대형 상업영화보다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눌린 다양한 영화들의 상영을 기회를 마련하여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여야한다는 것이
제의 강고한 의견이었으나...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앉아만 있었습니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서 미국과의 통상을 위할것인가, 말것인가로 싸우는데
뻘소리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ㅎㅎ

암튼 그날 일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한번 써보려구요.
여러분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고,
혹시나 더 기억 안나기 전에 이렇게 적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ㅎㅎ


저녁 6시쯤이었나 여의나루역에 내려서 MBC로 갔었지요.
반바지에 티하나 입고 땀 닦으며, 정문 앞에 갔더니
체격 좋은 경비(?) 아저씨가 무슨 일로 오셨냐며 앞길을 막으며 물었어요.
100분토론 방청하러 왔다 했더니 들어가는 걸 허락해줬고,
마침내 TV에서만 보았던 MBC로비를 보았습니다. 꺄~

그리고 제작진의 환영(?)을 받으며 지하로 내려갔지요.
앗! 여기도 티비에서 봤던 그 곳! 연예인들이 여기서 커피 마시고 있었던 그 곳! 꺄오~
우리 일행은 하루 저녁에 몇만원 벌려고 갔었는데...
제작진은 스크린쿼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를 비롯해서
부가질문까지 하며 방청석 질문자를 선별하려고 야단이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봉투에 든 몇 만원을 받았습니다.
3만원이었는지 4만원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뭐 암튼 돈 받고 아주 기뻤습니다..ㅎㅎㅎ
이미 돈은 받았으니 튈까 하다가 참았습니다...ㅋㅋㅋ

그리고 세트로 이동!!
세트가 크고 멋질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는 좀 작았던 것 같습니다.
천장을 보니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등의 무대장식들이 걸려있었습니다.
아~ 여기를 여러 프로그램에서 쓰는구나 했죠..ㅎㅎ

그리고 좌석배치를 받았습니다.
아무데나 앉아라고 하더니... 이 사람 저사람 자리 바꾸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모 패널의 머리 왼쪽에 앉았지요..ㅎㅎ
잘생겼다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ㅋㅋㅋ

그리고 나이많은 CP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오늘 질문할 사람을 고르기 위해서
지하에서 어린 제작진들이 골라낸 질문자 후보들을 다시 고르더군요.

그 때였습니다.
손! 석! 희! 등장!!
그렇게 키크고 하얀 피부를 가진 멋진 분인 줄 몰랐습니다.
정말 자체발광을 하는 멋진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손석희씨가 다시 CP가 골라낸 질문자 후보들의 의견을 다 듣더군요.
어찌나 멋있던지... 캐부럽!!

그리고 쉬었다가 오라고 하더군요.
그 때 시간이 방송시간 2시간 정도 남았던 것 같은데요.
낯설고 어색한 그 공간에서 2시간 떼우기 참 어려웠습니다.

다른 데로 가지도 못하고 로비구석에서 담배만 피우고 있었습니다.
당시 방송국로비는 흡연구역이더군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러던 중 김정화를 보았습니다.
보이시하게 생기고 기골이 장대한 줄 알았더니 머리가 정말 조그만하더군요.
그 시간에 다른 스튜디오에서 '논스톱'을 촬영하고 있었더군요.
그 때쯤 논스톱 내용이 김정화가 독일로 유학가는가 그랬었죠..ㅎㅎ

촌놈이 연예인보면서 정말 좋았습니다..ㅋㅋ
조한선이 화장실 가길래 따라 들어갔구요.
바로 옆에 서서 오줌도 찌~익 눴답니다..ㅋㅋ
다나(기억하시려나?)가 화장실 가길래
여자 동기 보내서 뭐하나 보고 오랬더니...
코디한테 짜증내고 있다더군요..ㅎㅎ

뭐 암튼 그렇게 시간 떼우다가 방송에 들어갔지요.
30분 전쯤 착석해서, 방송 중 주의사항 경청하고,
완전 긴장 탔었지요..ㅎㅎ

5, 4, 3, 2, 1
빠밤 빰빰빰~ 빠밤빱빠빠 바~~~~
음악나가고, 손석희 멘트 나가고, 광고 시작!!
방청객들 모두 완전 얼어있는 상태에서 광고가 10분정도 나가더군요.
사람들은 광고 언제 끝날지 몰라서 땀만 삐질삐질~ㅋㅋ

드디어 방송시작되더군요.
근데... 방송 중에 뭐했는지는 잘 기억 안나는데요.
기억나는 게 있다면...
내 앞에 머리 큰 패널이 발언 할 때 저편에 있던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눈 크게 뜨고 주의깊게 듣는 척 했던 거 정도..ㅋㅋ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어찌나 눈이 깜빡거려지던지..ㅋㅋㅋ

뭐 그렇게 100분 떼우고... 택시타고 집에 왔었네요..ㅎㅎㅎ



20대 초반의 즐거운 추억을 생각해보니 즐겁네요.
그리고... 손석희 교수님 수교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