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격수 앞 땅볼이네요!"

스코어는 3-2.지고 있는 8회초.
원아웃에 주자는 1루.
이 상황에서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
필사적으로 달려보지 않은 인간은
삶의 노곤함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게 아닐까. 
'ㅆㅂ!'

겨우 병살만 면했지만
벤치의 감독은 해바라기씨를 2배속을 내뱉기 시작했다. 
누가 유격수 앞으로 굴리고 싶어서 굴렸나 뭐!

"2사 주자 1루 다음타자는.."

신인 유망주가 타석에 들어선다.
나도 유망주 소릴 들으며, 배트돌리던 시절이 있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3번을 치던 시절도 있었다.
3번 타순에 서보지 않은 인간은
삶의 달콤함에 대해 애기할 자격이 없지 않을ㄲ... "세잎!"

왠 견제구?  이 ㅅㄲ 내가 언제 도루하는거 봤니?

"원 스트라익~!"

아따 자식 크게도 휘두르네.
명언치고 틀린것 없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애야. 열심히하렴.
나처럼 중박치기도 쉽지않단다!
야구가 쉬운줄 아니?

4년차에 2할 5푼을 치는 7번타자 우익수가....중박이라니 좀 후한가?
...그래 내가 소박이라 한들.
어쨌든 난 살아남았다.

가늠하기 힘들었던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늠하기 쉽게 꾸준하게 떨어지는 타율과
미래에 대한 확신 - 7번은 사수해야 살아남는다! - 으로 바꿨었지만
어쨌든 난 살아남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격수나 포수할껄.

동기나 선배들은 신인들보면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하지만,
그립긴 개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동기들도 제법된다.
무한한 가능성만큼의 무한한 불확실성....
이걸 그립다 하는 건.
살아남은 자들의 배부른 위선이 아닐ㄲ "딱"

"와아!"

함성과 함께, 머리위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날라간다.
3루쪽 코치님이 미친듯이 팔을 돌리기 시작했다.

2루에 다와가는데도, 코치님의 팔은 가속도가 붙어 멈출줄 모른다. 
2루타?
자식 제법이네.

3루에 다와가는데도, 팔은 계속 돌아간다.
3루타?

...그래, 나도 사실 무궁무진했던 가능성의 시절이 그립다.
베테랑같은 여유와 실적도,
신인같은 가능성과 기대도 없는. 
이 무렵이 유격수 앞 땅볼마냥 갑갑하다.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한다. 

...하아..내일은 8번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