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으로 강 대표님이 보이기에 달려갔지요. 그래도 민주노동당 내에서 제가 제일 신뢰하는 분이라, 반갑기도 했고, 다른 한편 후보 단일화에 관한 논의도 궁금했고.... 인터뷰만 따면 바로 특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걸음에 달려갔지요.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1. 민노당에서는 도대체 단일화를 할 생각이 있느냐? 2. 있다면 언제 하느냐? 딱 이 두 가지였습니다. 진보신당의 제안에 민노당에서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직접 당대표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일단 신호까지 무시하고 거리를 달려가 강 대표와 악수를 하고,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했습니다. 강 대표님 자신도 인터뷰에 응할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이상하게 생긴 한 사내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더니 강 대표님을 저쪽으로 끌고 가더군요. 그러더니 그 분 귀에 속닥속닥 몇 마디 하더군요. 그리고는 강 대표님이 아니라 그 자가 내게 와서 대표님은 인터뷰를 못하겠다고 말하더군요. 내가 언제 자기랑 인터뷰 하자고 했나?

자기가 무슨 정치보위부도 아니고, 도대체 대표보고 인터뷰를 하라 말라 명령하는 그 분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민노당 내에서 대표보다 더 높으신 분인가 봅니다. 정당이 무슨 운동권 조직도 아니고.... 하여튼 재미있는 정치문화입니다. 대표조차도 꼼짝 못하게 하는 그 분위기는 뭘까요? 설사 강대표가 인터뷰를 한다 하더라도, 곤란한 질문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지요. 가령 "그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인터뷰 자체를 못하게 막는 건지.... 

강 대표님에게 제가 수 차례 물었지요. "강 대표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강 대표님, 이게 뭡니까?" 강 대표님은 그냥 아무 대답도 안 하시고, 먼 산만 바라보시더군요. 잠시 후 민노당 사람들이 강 기갑 대표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현장에는 민노당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이들 중의 어떤 이는 손바닥으로 카메라를 가리기까지 했습니다. 자신들이 떳떳하다면, 그 장면이 방송으로 나간들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카메라를 가리는 것을 보니, 자신들도 자기들이 하는 짓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듯... 
 
선거사무실로 들어오는데, 그때 민노당의 꼬마 하나가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완전히 파파라치야..."
꼬마야, 오해하지 마세요. 인간 진중권은 강기갑 대표의 사생활에는 아무 관심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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