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혹시나 베팍에 있는 독거 솔로들중에 이러다 결혼 못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계실까 말씀드리자면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베팍 독거들은 이전에 한번씩이라도 연애 경험이 있는걸로 안다.

그렇다면 걱정 마시라



주변에 있는 내 연배의 노총각, 노처녀들을 관찰한 결과.

이 사람들이 과거에 여자한테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또는 남자한테 크게 데인 기억이 있어서

지금 노총각, 노처녀가 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지금까지 별다른 이성교제 경험이 없이 그대로 세월이 흐르다 보니까

노총각, 노처녀가 된 것이다.

내가 가끔씩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숫총각이 노총각되고, 숫처녀가 노처녀 된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은 그 연애가 잘 안되어도 금새 쉽사리 다른 상대를 찾곤 한다.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아서 한 번이라도 연애경험이 있던 분들은 너무 조바심 안 일으켰음 좋겠다.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을 뿐이다. 경험 있는 사람들은 연애도 잘 하고 결혼도 금새 한다.



쓰고보니......소보엉아 캐안습 ㅠ.ㅠ






2.

우리 아파트는 입지상 좋은 점도 있지만, 너무 높은 언덕배기에 있고 지은지 오래되어서 아파트가

꽤 낡았다. 깔끔하게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로 옮기고 싶어도 이사를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딸아이의 학교 때문이다. 무슨 학교가 좋거나 학군이 좋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때는 집안이 어려워지고 여러 사정이 복잡했다. 아버지는 아프셔서 경제 능력을

상실하시고, 형들은 셋다 대학을 다니면서 무지막지한 학비가 필요하고, 생활을 어머니가 떠 맡으셔야 했다.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들 때문에 나는 초등학교 6년동안 다섯군데의 학교를 전전해야 했다.



길게는 2년, 짧게는 몇달씩 이 학교, 저 학교 너무 많은 초등학교를 다니다보니, 나는 초등학교 동창이란게

없고, 초등학교 친구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어쩌면 유년시절을 상실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6학년때도 전학을 하여 겨우 6개월남짓 다닌 학교가 내가 졸업한 학교로 등록되어 있으니

모교라고 할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딸아이에게는 전학의 경험을 시켜주고 싶지도 않고,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로 연결되는

뿌리깊은 교우관계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집근처에 꽤 유명한 사립 초등학교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공립이

있는데도 사립을 구태여 넣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여 (개인적인 취향일뿐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대충 집어넣은 딸아이의 학교가 꽤 흥미롭다.


지금 아파트의 아이들이 고스란히 같이 학교를 다니고, 아현동의 허름한 산동네의 아이들도 많고,

우리 아파트에 중국대사관 직원들이 많이 살다보니, 한-중 혼혈 아이들도 있고, 아이들 구성이 재미 있다.

그리고 학교는 점점 학생수가 줄어가는 학교라서, 한 학년에 반이 세반밖에 없고, 한 반의 학생이 30명을

넘지 않는다.



딸아이의 반에 가보면, 장애아동도 있고, 혼혈아도 있고, 결손가정의 아이도 있다. 딸아이가 고급 사립학교의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는것보다. 이런저런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을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

학생수가 많지 않다보니 거의 전교생이 전부 알고 지내면서, 방과후에는 서울 아이들 답지않게 아파트 놀이터에서

몰려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리고, 몇년째 놀이터의 패권을 쥐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그까짓 반장이니, 회장이니 하는 타이틀보다

훨씬 자랑스럽다.



어릴적부터 놀이터에서 흙먼지 나눠마시며 알고지낸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이 동네를 못 떠나는

이유이다. 딸내미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려면 8년쯤 남았나? 아마 그때까지 이 동네를 못 떠나지 싶다.



내가 결코 학교 드나드는 이대생 치마자락 때문에 이 동네에 버티고 있는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