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K' 박찬호?

박찬호(36)가 필라델피아 필리스 5선발 자리를 차지하며 전성기 '코리안특급'의 부활을 예고했다.

시범 경기 다섯 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2.53.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J.A. 햅과 카를로스 카라스코 등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시범 경기 기록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건 놀라운 탈삼진 능력. 필라델피아 홈구장이 홈런이 많이 나오는 시티즌스뱅크파크인 만큼 박찬호의 탈삼진 능력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에서는 인플레이되는 공이 적은 탈삼진형 투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범 경기 등판을 마친 2일 현재 박찬호는 모두 25개의 삼진을 잡아내 30개 구단 투수 중 최다탈삼진 공동4위를 차지했다.

댄 해런(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모두 34개의 삼진을 잡아내 1위에 올라 있고 맷 케인(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28개, 데릭 로(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26개로 박찬호에게 앞서 있다.

그러나 9이닝 평균 탈삼진을 따질 경우 박찬호는 단연 1위가 된다. 21.1이닝 동안 25개를 잡아내 1이닝 평균 1.17개, 9이닝 평균 탈삼진 수가 10.55개나 된다.

해런은 30.2이닝을 던져 9.98개, 케인은 28.1이닝을 던져 8.89개, 로가 26이닝을 던져 9.00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 겨울 1억6천100만달러의 7년 계약으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CC 사바시아도 19이닝 동안 탈삼진 21개, 9이닝 평균 9.94개로 박찬호에 미치지 못한다.

양대리그를 통틀어 시범 경기 최다탈삼진 10위 안에 오른 투수 가운데 9이닝 평균 탈삼진 수가 두 자릿 수를 넘는 투수로는 박찬호가 유일하다.

박찬호는 전성기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닥터K'였다. 2000년과 2001년 2년 연속 메이저리그 탈삼진 3위에 올랐다.

2000년에는 217개를 잡았지만 랜디 존슨(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347개, 페드로 마르티네스(당시보스턴 레드삭스)가 284개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2001년 박찬호는 자신의 한시즌 최다인 218개를 잡았지만 역시 372개를 잡아낸 랜디 존슨이 1위 , 293개의 커트 실링(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2위를 차지했다. 전설적인 투수들만이 박찬호의 앞에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시범 경기만 놓고 보면 박찬호의 탈삼진 능력은 산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전성기를 능가한다.

산술적으로 2000년과 2001년 9이닝 평균 탈삼진 수는 각각 8.64개, 2001년 8.39개였다.

당시 박찬호가 탈삼진을 잡는 패턴은 거의 일정했다. 시속 95마일(153km)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은 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슬러브나 커브로 타자를 유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의 투구 패턴을 아는 타자나 참을 성이 많은 타자를 만날 경우 투구수가 많아지고 볼넷도 많아졌다. 2000년 볼넷 수가 124개, 2001년 볼넷이 91개다.

볼넷에 대한 탈삼진 비율이 2000년과 2001년 각각 1.75개와 2.40개로 결코 뛰어나지 않다. 탈삼진을 잡는 만큼 희생과 부작용도 큰 투구패턴이었다.

그에 비해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25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겨우 2개뿐이다. 아무런 희생없이 삼진을 잡아냈음을 알 수 있다.

삼진을 잡아내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포심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두 가지 스피드의 슬라이더에 새로 익힌 체인지업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구사할 수 있는 구질이 늘어나며 유인하기 보다는 타이밍을 빼앗고 허를 찌르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박찬호는 5선발이다. 다른 선발 투수에 비해 투구 이닝이 적을 수 밖에 없어 탈삼진 경쟁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또 시범 경기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박찬호의 탈삼진 능력은 감히 '닥터 K' 박찬호의 부활을 예감케 하고 있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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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범경기 성적이지만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성적이네요.

더군다나 리그 4위권 선수들 (댄 해런, 맷 케인, 데릭 로우)이 모두 쟁쟁한 탈삼진 능력의 보유자들인 만큼..

시범경기 성적이라고 무시할 것은 아닌듯 하네요.

13일 콜로라도 원정이 첫 선발 등판이라는데.. 산동네가 투수에게 극도로 불리한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찬호표 탈삼진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 ^^;



참.. 메이져리그 중계는 국내 어느방송이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