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대보름이군요. 서울생활 거의 10년이 돼가면서 대보름이구나

느낄수 있는건 일기예보와 길거리에 늘어나는 부럼 먹거리뿐..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의 대보름은 어린 아이들한테는 추석이나 설보다 더 큰

명절이자 축제였지요. 보름되기 일주일전부터 놀이와 축제가 시작 되니까요...

겨우내내 가지고 놀았던 가오리연을 꺼내서 몇백미터나 길게 앞산너머로 보이지않을때까지

날린후  줄을 끊어 날림으로서 액땜을 하지요.

자기 체구에 적당한 깡통을 구해서 못으로 공기구멍을 내고 철사를 연결해서

그안에 나무토막 같은 연료를 채워서 작은 불씨 하나만 넣고 돌리면

신기하게 활활 타오르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논두렁 밭두렁 갈대밭 등에 불을 놓죠.. 밤이되어서 온동네아이들이 모여서

불깡통을 돌리면 정말 장관이지요.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게 저녁에 모이면

꼭 옆동네로 원정을 다니면서 집단으로 마주보고 불깡통을 서로 던져

싸움을 하고 그 다음에 투석전까지 하는 패싸움 문화인데 고등학교 때까지

빼먹지 않고 그짓을 당연하게 했는데 이것두 예전 아주 부락이나 씨족사회의

전쟁연습같은 것은 일종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불깡통에 맞아 화상를 입거나

투석전중에 박터지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대마을의 포로가 되면 정말 많이 맞았던...)

그러나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지 않았던거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게 피터지게 싸우다가도 방학이 끝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보름날 싸웠던 이야기 하면서 놀구 (어차피 옆동네 아이들이라고 해봤자 같은학교 선후배 친구들이니...)

간혹 부작용으로 자기집을 좀 꼬실라 먹거나 산불을

내기도 하지만 어른들도 웬만한것은 넘어가주고 밤늦게 놀러 다녀도 혼나지 않는

정말 아이들의 세상이었던것 같아요 예전의 대보름기간은....

지금의 도시의 아이들은 대보름에 무엇을 할까요? 혹시나 제가 다행이 장가를가서

아이가 생긴다면 내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과 추억을 만들어 줘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저 아이들도 대부분의 도시아이들처럼 이 회색빛 도시에 수많이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는법을 가르쳐야 할까요? 아이들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서...

저는 비록 가난한 시골에서 자라 한 겨울에도 검정 고무신을 신고 눈밭을 뛰어다니고

도시아이들처럼 달콤한 과자를 먹지도 못했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왕복 8킬로나 되는 국민학교를

고생스럽게 걸어다녔지만, 좋은옷을 입지 못하고 나일론 옷에 군데 군데 엄니께서 기워준 옷을

입고 다녔지만,좋은 장난감 하나없이 고무신을 뒤집어서 모래장난을 하면서 개구장이로 컷지만

지금이라도 그시절 서울의 부잣집 도련님의 시간과 바꿔준다고 해도 마다할것 같습니다.

(물론 그 도련님도 저랑 절대 안바꾸겠지만...^^)

이런 생각들이 순전히 제 경험과 다른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한 좁은 안목에서 나왔겠지만

전 미래의 제 아이들에게도 좋은옷, 맛있는 음식, 편안한 학교생활, 소위 말하는 훌륭한 교육여건보다

넓고 푸르른 산과 들, 물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저처럼 순수하고 천진하게 자랄수 있는 자연과 그 자연과 함께하는 추억들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정월 대보름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