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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결국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려나 봅니다.
아직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주간사는 자베즈파트너스(JABEZ PARTNERS)와
티알아메리카(TR America) 컨소시움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하네요.

한국의 건설회사들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데 한몫했고
환경파괴에 앞정섰으며 용역깡패를 동원한 무단철거와 무관하지 않고
하청 비리, 담합, 무분별한 로비 등과 연루되는 등 
우리사회의 가장 지저분한 곳에 있어왓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잘못을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우건설이라는 회사가 외국자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아쉽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IMF를 겪으며 김우중의 대우가 무너진 이후
대우건설은 채권단 소유로 한동안 지내다가
능력없는 주인인 금호아시아나를 만나서
다소 애매한(?) 상태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던 회사가 이제는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니
이 회사의 운명도 참 기구합니다.

물론 그동안 망한 회사들에 비하면
대우건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겠죠.
IMF때 망가진 회사를 채권단이 먹여살려주고
금호아시아나가 그래도 유지는 해줬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우건설이라는 회사는
최근 10년간의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해왔습니다.

최근 몇년간 대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보겠습니다.

2003년 2위
2004년 3위
2005년 2위
2006년 2위
2007년 1위
2008년 1위
2009년 3위

시공능력평가 산정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경영상태, 공사실적, 신인도 등 다른 요소들도 포함되지만
결국 건설회사의 실력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 건설회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소위 그룹이 없는 건설회사와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등 소위 그룹이 있는 건설회사입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건설사들은 소위 그룹빨을 받아서 큰 사례라 봐도 될겁니다.
또한 건설기술력 보다는 아파트장사에 양팔걷어붙이고 뛰어들어서
나름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전자에 해당하는 회사들은 사실상 그룹의 혜택을 못보고 있죠.
현대와 대우는 IMF 전까지 그룹이 존재하였으나
최근 10년간은 사실상 주인없이 유지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암튼 이 회사들은 의지할 그룹빨이 없기 때문에
기술력에 엄청난 투자를 하였고 대한민국에서,
아니 세계 건설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룹이 없는 설움 때문에 무리한 영업이나
불공정한 행위도 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암튼, 대우건설이 좀 불쌍해 보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우건설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불쌍합니다.
IMF에도 굴하지 않고, 주인없는 회사에서도
기술력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햇는데
결국 그들의 회사는 누군지도 모를 집단에게 넘어가게 생겼군요.

외국계 자본에게 넘어간다면 구조조정은 시간문제일 것이고
과거 외국계 투기성 자본들이 뒤흔들어놓은 우리나라의 우수 기업들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부터 앞섭니다.

얼마전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우수 기업들이 외국자본에게 팔려가거나
매각이 계획되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기술유출이었죠.
대우건설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까봐 걱정이 많이 됩니다.

혹자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건설시장에 들어오면
국내 건설시장의 각종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데
과연 그들이 국내 건설시장 질서에 관심이 있을까요?
그들은 그저 최대한의 수익만 뽑으면 그만입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큰 회사를 인수할 후보가 마땅히 없는 마당에
결국 그래도 대우건설이라는 회사는 외국의 누군가에 넘어가겠죠.
설령 국내 기업이 인수한다 하더라도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고
다른 건설회사가 흡수합병한다 하더라도 거대공룡 출현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겠죠.

정말 진퇴양난이군요.....후후

지금 이순간에도 자신의 고용안정성에 불안해하며
대우건설에 다니는 친구녀석의 푸념이 생각나서
좀 끄적여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