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텔레마케터글들에 댓글로 잠깐 언급했던 얘긴데...



멋모르던 대학교 1학년 시절... 당시는 핸드폰 같은건 없던 시절인데... 어찌 알았는지 집으로 순진한 대학교 초년생을 낚기 위한 수도 없는 텔레마케터들의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유명한 타임지나 내셔널 지오그래피부터 시작해... 각종 잡지, 음반 판매, 각종 학원(특히 컴퓨터학원) 등등등...



그때는 정말 순진무구했던 시절이라 멋모르고 덜컥 낚였다가 엄니한테 엄청 혼나기도 했었고...


그렇게 1년정도 내공을 쌓으니.. 더이상 텔레마케터들에게 낚이지 않을만큼의 내공을 쌓게 되었는데...



딱 이맘때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학원 다니는 것도 없고... 공부랑은 담을 쌓았고... 집에서 할 일 없어 빈둥거리고 있었는디...


따르르르릉~


집전화가 울리더군요.



전화를 받아보니 아리따운 처자 목소리더군요. 유명 영어잡지사의 텔레마케터였습니다.

목소리가 딱 제 취향이고... 또 말투도 싹싹하고...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마침.. 제가 굉장히 심심했던 차라... 잡지에 관심은 있는척 하며 꽤 오래 통화를 했습니다. 그 츠자는 그 날이 텔레마케터 알바를 시작한 첫날이라고 하던데... 보통 이런 식으로 동정심 유발시켜 구매를 호소하는 경우도 무척 많아서 낚시일거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친해지게 된 다음에 알게된 건데 정말 그랬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제가 자기가 일한 첫날 처음으로 전화 제대로 받아준 사람이었다 하더군요. (대개 텔레마케터 전화면 설명 다 듣기도 전에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저도 요즘 걸려오는 텔레마케터 전화는 '죄송하지만 회의중입니다'하며 바로 끊곤 하구요)


여튼..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며.. 30~40분은 통화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목소리도 마음에 들었고, 말투도 싹싹한게 역시 마음에 들었고.. 또 뭔가.. 서로 말이 통한다고나 해야할까? 저는 그런것도 느꼈었지요.


그리고는 한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전화왔던것 같습니다. 오기가 생겨서 나를 꼭 정기구독자로 만들어야겠다고... 저는 그렇게 말하는 그 처자에게 절대 그렇게 될 리가 없다고.. 나랑 내기해도 좋다고... 그렇게 맞받아치곤 했죠.


그런식으로 한 번 전화오면 기본 10~20분씩 통화하곤 했었는디...



결국 몇달정도 지나서... 자기도 이제 포기했다고..

그 츠자도 제가 그냥 얘기하기가 편해서 일하다 지칠때 가끔 전화할테니 말동무나 되어달라 해서... 저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 뒤로 빈도는 많지 않았지만...(아무래도 낮시간에 집전화로 전화하는거라... --;) 가끔 그런 식으로 전화오면 잡지얘기는 안하고 그냥 이런저런 수다나 떨곤 했죠.




그러다가 서로 삐삐번호 주고받고.. 생년월일 교환(?)하고.. 알고보니 저보다 한 살 어린 츠자였다능...



생일날 소소한거 선물 사서 소포로 보내주고 받고...



그렇게 3년인가? 4년인가? 통화만 하며 지내다가 어느날 제가 함 만나는게 어떠냐고 했더니 머뭇거리다 거절하더군요.



그동안 통화하면서 서로 이상형 이런 얘기도 주고받았기에... 제가 좀 마른 스타일을 좋아하고 볼륨있고 통통한 스타일은 그닥 안좋아한다는 것도 그 처자가 알고 있었는데...


자기는 외모에 별로 자신 없다고.. 게다가 꽤 통통한 편이라서 제 스타일이 아닐거라고 보면 실망할거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상관없다고.. 뭐 만나서 사귈 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오랫동안 괴롭혔으니 밥이나 한 끼 사주고 싶다했는데...


끝내 거절하더군요.



꽤 정이 들어서 정말 사심없이 한 번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쉽더라능...




여튼.. 그게 부담이 됐는지... 연락이 소원해지고... 결국 연락이 끊겼는데...



텔레마케터 하면 그 때 그 친구와... 가끔 그 상쾌발랄명랑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떠오른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