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이 고향입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은 모두 서울분이 아니시지만...
(아버지는 전라북도 정읍, 어머님은 대구가 고향이십니다)

두 분 모두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오셔서 생활하시다가 만나서 결혼하셨던 덕분에...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쭈욱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보통 '고향'이라는 단어에서 풍겨지는 느낌은...

한적함, 여유로움, 친숙한 시골 냄새, 상쾌한 공기, 별이 쏟아질듯한 밤하늘, 시원한 시냇물 소리 뭐 이런 것이지..



북적북적함, 데시벨 높은 자동차 경적소리, 스모그... 이런 것들에서 일반적인 '고향'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십여년전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무작정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런 계획 없이.. 텐트랑 옷가지 몇 장 꾸겨넣은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버스도 타고 기차를 타기도 하고, 커다란 배 밑창에서 널부러져 자기도 하면서 일주일정도 정처없이 떠돌며 여행을 했던 적이 있었죠.


원래는 2주정도 떠돌아다닐 작정을 하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떠난지 일주일쯤 되는날.. 계획에도 없던 덕유산 정상 등정을 해버리는 바람에... --;
(약수터 찾다가 길을 잘못 들어 가보니 덕유산 정상... --; 덕유산은 해발 1,614미터로 남한에서 4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아직도 제가 걸어서 올라간 산 중에 제일 높은 산으로 남아 있네요. --;)

그만 녹초가 되어버린 우리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영동역에서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죠.



그렇게.. 서울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플랫폼에 쏟아져 내리는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빠져나와... 시커먼 아스팔트로 뒤덮힌 드넓은 서울역 광장 위에 서서..... 빵빵 시끄럽게 울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들으며..... 일주일간 맑은 공기안에서 실컷 호강하던 저의 허파 안으로.. 숨을 흐으읍~~~ 깊게 들이마셔 서울의 매캐한 공기를 유입시키는 그 순간...


코를 통해 느껴지는 그 매캐한 내음이.. 정말 편안하게 느껴지더군요.


아.. 이것이 바로 고향의 냄새구나...


편안하게 후~~~ 숨을 내쉬며...

그 매캐함이 제 온 몸 구석구석에 쏴악 퍼져가는 것이 느껴지자...

녹초가 되었던 몸이 다시 생기를 되찾고... 제 몸이 비로소 안정을 찾아가는 듯한 그 느낌...




그런 경험을 해 보신 분이 있나요?



저는 천상 서울사람인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