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처자와 영화관 데이트 실패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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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무슨 생각만 나면 뻘글을 마구 쓰고 싶어지네요. 조금 깁니다.
때는 1년 전 여름이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하여 딸랑 두달간 영어 회화반을 끊어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커리큘럼 괜찮고 수업 빡세게 진행 한다는 곳으로 찾아서 갔죠.
두달간 열심히 배워보자 하고 학원에 갔는데 이게 왠걸..
딱 보아하니 전체 학생의 70%는 여자 사람인데다가 공부하러 학원 오면서 뭐 그리 옷을 이쁘게 차려 입고 오는지 예쁜 처자들도 꽤 많더군요.
갑자기 마음이 싱숭생숭한게 설레였습니다. 하지만 첫 수업 저희반 교실에 들어가보니..
딱 한분을 제외하곤 그냥 공부해야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분위기 ㅡㅜ
그 분의 첫 인상은 일본여자 삘이 나는 패션 스타일에 밝은 갈색으로 머리 염색을 한 굉장히 귀엽고 밝은 인상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처음 교실로 들어가는 순간 '그냥 저 옆에 앉는거다' 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그 처자분 옆에 앉았습니다.
결국 그 자리 배치가 종강날 까지 가더군요 ㅎㅎ
학생들끼리 대화 연습을 할 때면 선생님께서 저희 둘을 자주 짝지어 주셨습니다.
개강날 부터 이 누나랑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수업 끝나고 눈치만 보길 2주..
그런데 수업을 듣다 보니 수강생들 나이대도 비슷하고 수업 분위기도 생각보다 화기애애한게 참 좋더군요.
결국 반장을 맡은 분이 개강 2주째 되는 날 모임을 한번 주선했는데 거의 모든 인원이 참석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 날 이후로 각자 친하게 지내는 부류가 생겼는데 전 그 누나와 친해지게 됬습니다.
그리고 이 누나와 같이 붙어다니던 A처자와도 친해지게 되었구요.
평소 학원 수업 방식은 강의가 끝난 후 랩실에 가서 개인적으로 복습을 하고 가는 방식 이었는데 그 누나는 항상 늦게까지 복습을 하다가 갔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개강한지 3주 정도 되어가는 날이었는데 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누나와 뭐라도 같이 먹고 싶은 마음에 급히 계획을 짰습니다.
그 분 보다 먼저 랩실에서 나와서 화장실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죠.
복습 끝날때 까지 안에서 기다렸다가 누나가 나가는걸 보고 몰래 나와서 누나와 A처자 뒤를 따라갔습니다.
같은반 사람들이 볼까봐 조마조마 하더군요.
핸드폰 만지작 거리며 자연스럽게 옆을 지나쳐 갔는데 A처자가 절 발견하고는 "XX오빠 점심 안먹었으면 같이 먹을래요?" 하길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따라갔습니다.
그 날 이후론 수업 후에 3명이서 항상 같이 점심을 먹었죠.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제가 이 누나를 좋아했던게 외모도 외모지만 성격도 활달하고 애교가 많았습니다.
같이 지내며 대화를 나눌 수록 말도 잘 통하고 가치관도 흡사하더군요.
같이 다니는 A처자는 어쩜 그리 저와 생각하는게 다르던지 아무튼..
잘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 했고 중간중간 테스트를 하면 성적도 좋았습니다. 평소에 선생님도 자주 칭찬해 주시더군요. 반에서 이미지도 좋았구요.
그렇게 개강 6주째, 종강을 2주 정도 남기고 두번째 모임을 했습니다.
다들 술을 많이 마셨고 대화중 남자들끼리 붙어 있을때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몇 명이 그 누나에게 관심이 있더군요.
우리반 여자들 중에 그 누나가 제일 괜찮은것 같다고 하면서.
그때까지도 학원 사람들은 제가 누나와 같이 다니는지 몰랐습니다. 항상 수업 후 제일 나중에 건물에서 나왔기 때문에.
어쨌든 2차가 끝나고 3차를 가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다들 많이 취해있었고 이미 늦은 시간이라 누나가 얼른 귀가했으면 하는 바램이었죠.
인원중 절반 정도는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그 누나는 남겠다고 하더군요.
밖에서 3차 장소를 상의 하고 있는 동안 누나에게 호감 있다던 형들 두명이서 누나에게 찍접대는게 보였습니다.
술자리에서도 시종일관 그 누나에게 짖궂은 농담을 하면서 놀려댔는데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죠.
조용히 누나를 제 옆으로 불러서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가 바래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집 방향도 같았거든요.
그 누나는 오늘 기분도 너무 좋고 더 놀고 싶다고 했습니다.
설득하다가 조바심이 난 저는 결국 좀 오버해서 위험하니까 얼른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결국 설득에 실패했고 문자로 술자리 분위기를 물어보며 먼저 집으로 돌아왔죠.
다음날이 되어 어제 일을 물어보니 별 일은 없었답니다.
랩실에서 복습을 하는데 갑자기 술자리에서 누나와 했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얘기를 하다가 내가 다크나이트를 봤는데 최고의 영화니 꼭 보라고 추천 했었거든요.
어쩌구 저쩌구 정말 몇 번 볼만한 영화다. 난 이미 봤지만 아이맥스 전용관에서 보면 느낌이 다르다길래 한번 더 볼꺼다 등등.. 술자리에서 한 말들이 기억 났습니다.
그 생각이 났을 때가 랩실에서 막 복습이 끝나고 학원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학원을 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와 누나와 A처자 모두 근처에 앉아서 복습 하는데 마침 A처자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그 동안은 그 누나와 A처자 이렇게 셋이서 함께 다녔기에 단둘이서 만날 기회는 없었죠.
저도 모르게 뜬금없이 그리고 당당하게 "누나 우리 다크나이트 보러가요" 라고 했습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더군요.
누나는 며칠 전 대화가 기억났는지 태연하게 승낙했습니다.
"아.. 나도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단둘이 영화를 보는구나ㅡㅜ"
흥분한 저는 바로 랩실 컴퓨터로 용산 아이맥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누나와 함께 시간을 맞췄습니다.
영화 시간을 보면서 상의하다가 누나는 일주일 뒤로 약속을 잡자고 하더군요. 전 그때가면 바쁜일이 있으니 좀만 더 당길수 없냐고 물었죠.
결국 4일 뒤 종강날을 이틀 남겨두고 영화 보는걸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맥스 영화관에 대해 찾아봤고 용산cgv 근처 맛집도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아이맥스는 좌석 위치가 중요하다고 해서 한참 고민끝에 정했습니다. 예매도 금새 자리가 찰까봐 어머니 카드를 빌려서 결제했죠.
곧 약속날은 다가오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약속 전날 저녁 문자가 띡 오더군요.
"XX 미안해. 친구랑 약속이 생겨서.. 정말 미안하구 내가 다음에 맛있는거 사줄께."
정말 그 실망감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 학원 갔더니 누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전 여기서 또 쿨한척 하겠다고 "와.. 누나 무슨 약속이길래 그랬어요? 저 맛있는거 사줄꺼죠?" 이랬더니..
"미안.. 오늘 사촌동생이 학원에 와서 챙겨줘야 할 일이 있어" 이러더군요.
그 뒤로 쭉 수업. 그날 따라 선생님은 파트너 끼리 하는 대화연습도 안시켰습니다.
그리고 정말 수업 끝나고 보니 사촌동생이 왔더군요.
말 걸 틈도 없이 계속 심각하게 얘기 하길래 그냥 "먼저 갈께요" 하고 와버렸습니다.
그 다음날은 종강 파티였죠. 수업에 포함되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열댓 명 되던 우리반 학우들.. 꼴랑 네명 왔더군요.
정말 우울했습니다. 게다가 그 누나도 안왔죠.
그날 저녁 누나에게 오늘 왜 안왔냐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문자 내용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XX 그동안 즐거웠어. 짐 잘 챙기고 조심 귀국^_^"
결론: 안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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