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프로포즈 하니까 생각나는 기억이 있습니다.
무어 제가 공개 프로포즈 따윌 했다는 건 아니고요.
전 그럴 위인이 못 됩니다-_-;


아무튼 때는 바야흐로 대학교 초년생 시절,
짧긴 했지만 그래도 연애라고 하는 걸 하긴 하던 시절,

당시 처자로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절치부심하고 있던 찰나,


여러분, 그 광고 기억하십니까?
<선영아, 사랑해>

이걸 예전에 처자가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 들었을 땐 뭘 그런 걸 다,
이러고 시큰둥하게 넘겨버렸는데,
힝.

그래, 이걸 하면 뭔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어린 나이에 생각을 하고-_-;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둥.


인쇄를 하면 성의 없어 보일까봐,
손수 손으로 백장을 썼습니다-_-
(그 무렵이 백일 근처라)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또 제가 괜히 안습이 아니죠-_-;


한 60장 썼나,
손이 아파오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가 갑자기 전화를 하시더니,

서울이다, 자취방으로 간다,
뚝, 뚜뚜뚜뚜뚜.


이건 또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시츄에이션!-ㅁ-


아버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 동창회가 서울에 있었는데,
원래 내려가시려다가,
술 많이 드셔서 그냥 자고 간다고 오신 거였습니다.
흙.

일단 아버지를 모셔온 다음,
아버지 주무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머지 남은 종이에 초스피드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썼다면,

전 지금 한석봉이 되어 있을 겁니다.
하아.


마침내 100장을 완성하고-_-;
처자 집 근처에 붙이려고,
몰래 나가려는 찰나,

아버지가 깨시면서,

어데 가노?



뭐라 뭐라고 변명을 둘러대고,
나갔습니다-_-;


그리고는 택시를 타고 처자 집으로 갔더랬죠.



아,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고생하실 타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이리저리 방황을 하다가,

이윽고 아저씨들이 구역을 옮길 무렵,
새벽이슬을 맞으며 열심히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헉헉헉,


장시간 끝에 100장을 다 붙이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고향의 안방,
인 줄 그때는 알았지요.



대충 처자가 일어날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해서 재밌는 거 보여줄 거 있다고,
문밖으로 나가보라고 그랬습니다.


짜잔!




































님하, 장난침?-_-;
아침부터 전화해서 뭥미?




























왜, 뭐 없어?-ㅁ-





























아, 개미 한 마리 요기 잉네?
















두둥,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ㅠ_ㅠ





나도 울고 나도향도 울고 하늘은 웃고,
아, 아름다운 세상,
찬란한 해가 떴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 수많은 종이들을 옮겼을까요?
흙.




그리고,



























일주일 뒤에 차였습니다.
흙.




















나중에 알고 보니,
아침 등산 나가시던,
처자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걸 보시고는 다 떼어버렸다고ㅠ_ㅠ



그렇게 저의 첫 연애는 끝이 났습니다.
흙.





역시 길어도 재미는 없네요.
올림픽 중계나 해야겠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