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밤...외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하셔서 대전으로 기차 타고 어머니,누나와 급히 내렸갔었습니다.도착하니 토요일 0시 30분 정도 였던거 같네요.

외할아버지가 폐암 투병 중이셔서 기력도 많이 떨어지시고 의사도 주말안에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셨는데...결국 23일 19시 38분에 돌아가셨습니다.

새벽에 제가 잠을 자려다가 거의 1시간 정도 뜬눈으로 있다가 다시 할아버지가 계신 집중치료실로 갔더니 할아버지가 조금 의식이 돌아오셨는지...힘없이 저를 쳐다보시면서 제 이름을 불러주시더군요...손을 뻗으시길래 잡아드리니 악수하듯 흔들면서 저를 계속 쳐다보시는데...

하...그게 결국 운명이었을까요...군 제대하고 이런 저런 핑계로 힘들어하시던 외할아버지 찾아 뵙지도 않고 그랬는데...제가 결국 홀로 임종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이 못난 외손자 홀로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가시다니...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도 않더군요...그저 머리가 멍하니 사태 파악이 안되는 상황...혼자 있어서 당황해서 이리저리 병동만 뛰어다니고 전화하다가 핸드폰 놓치고...마침 그 때 일가친척들이 저녁 식사를 하러 밖으로 차타고 나가고 저희 큰누나, 작은누나, 매형만 있었거든요.

저희 친할머니는 아버지 어렸을적 돌아가셨고, 친할아버지는 제가 100일 될즈음에 돌아가셨다고 하니...제가 실제로 겪어보는 삶과 죽음...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마음의 고향은 아무래도 외갓집이 아니었나 싶은데...

의사가 맥박이 완전히 잡히지 않으니 와서 사망시각을 확인해주더군요...정말 그 순간 하염없는 눈물이 주룩주룩...거의 탈진할 정도로 울었던것 같네요.

왠지 아무것도 못한 제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하필이면 병상에서 투병을 하고 계실때 뒤늦게 찾아뵌게 너무나 한스러워서....언제나 웃으면서 절 반겨주신 할아버지를 이제 못 뵙게 되는것도 그렇구요.

평생...한 가문의 장남으로 꿈도 포기하고 농사만 지으셨던 우리 할아버지...

결국 정신없이 3일장이 끝나고 저는 또다시 삼우제를 뒤로 하고 집으로 누나와 올라왔습니다.또다른 후회를 하면서...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항상 제 곁에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네요.제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한가지 또 생긴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