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의 단주님이 사진애기를 하시길래 생각나서.

손톱깍기를 찾으려 열었던 책장서랍에서

필름 한 통이 눈에 띈다.

벌써 몇 년 째더라?

현상하지 않은 필름 한 통.

필름카메라는 어떻게 찍혔나 알 수 없으니

찍는대로 바로 현상소에 맡기곤했었다.

다음날 쯤, 인화된 사진의 봉투를 받아들고
하나씩 꺼내볼 때의 설레임이란..

그런 설레임이 좋아 굳이 필름카메라를 썼었다.

그 필름만은 바로 현상할수 없었는데,

제법 야한 포즈를 찍은 그녀의... 몇몇 컷 때문이었다.

찍을 땐 술기운에 둘 다 깔깔거리면서 찍었지만,

현상소에 맡기려니 영 마뜩찬았었다.

지금은 필름카메라를 굳이 쓰지 않는다.
나이가 드는 만큼 설레임에 눈감해지는게지..

물론, 그녀를 만나지도 않는다.

그녀 아니면 그녀를 만나러 가던 길.

이 두가지가 그 맘때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필름도, 인화된 사진도 죄다 버렸다.
현상하지 않은 그 필름 한 통만 빼고.  

친구녀석은 시한폭탄 같은 필름이라했다.

글쎄…

지난 기억에 대한 사람의 마음란 오래된 필름통 같은걸까.
버리지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굳이 다시 현상해 보고 싶지도 않은..

그냥, 읽고난 책이나 CD마냥
장식처럼 가지고 있을것같다.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