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정말 오래전 얘기인데....






술 먹고 12시 쯤에 신촌에서 좌석버스 12번을 타고(지금은 없어졌다고 하더군열) 집에 가는 길이였습니다.


늦은 밤이지만 신촌 부근은 워낙 늦게 귀가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라, 제가 탄 곳을 지나 이대 근처쯤 되면 누군가는 제 옆자리에 앉곤 합니다.




그날도 절 태운 좌석버스 12번은 이대 앞에 멈춰섰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최고 설레는 순간이죠. 

오늘은 또 어떤 여자분이 제 옆에 앉을까 상상을 하면서 전 헛된 희망에 부풀어 오릅니다.




좌석버스가 이대앞에 멈춰서면... 전 살며시 제 옆자리에 놓아둔 제 가방을 치우고.... 그녀(?)의 간택을 기다립니다.  





오 .... 검은색 단발머리에 올리비에 핀을 단정히 꽂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스커트에 회색 스타킹, 그리고 검은색 로퍼........
 
제가 꿈에 그리던 여성분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놀랍게도 ....... 제 좌석 옆에 멈춰 섰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앉기를 망설이는 그녀.... 제가 모른 척 그녀를 내버려두기엔....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죠.

전 실없이 흘러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추며....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냈습니다.

"임자 없는 자리인데 .... 앉으셔도 되열...."  (발그레.... )

혹시나 술때문에 혀가 꼬이지는 않을까.... 전 신경써서 또박또박 발음을 했습니다.








어색한 정적도 잠시 ..... 제 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저기.....그게 아니라  정말 죄송한데요......일행이 있어서 그런데..... 옆자리로 자리 좀 옮겨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결국

제가 양보한 자리에는 그녀와, 뒤이어 버스에 올라 탄 그녀의 남친이 나란히 앉고....





전.......옆칸으로 옮겨서 구본근(혹시 이 농구 선수 아세염? 농구대잔치를 기억하시는 분 있으실려나?) 이라는 엄청 큰 사람과 함께 앉아서 갔습니다.








PS.

그녀는 그때 그 남친과 결국 결혼했을까요?..... 은근히 궁금하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