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전 논란을 말하기 이전에 잠깐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네요.
언제부터 세종시라는 이름이 이렇게 널리 사용되게 되었는지
세종시라는 말을 들을때마다 답답한 마음부터 앞섭니다.

행정수도로 출발했다가 헌재의 역사적인(?) 경국대전 사태를 겪으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개명되었는데 이제는 세종시로
시나브로 격하되었다고 봐야겠군요.

개인적으로 이 도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이던 시설
이 도시의 계획 관련 일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단어를 영어로 어찌 번역할까
꽤나 고심헀던 기억이 납니다.

암튼 세종시라는 단어 마음에 안듭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개인적으로 서울대 이전 이슈는 물타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부부처는 이전 안 하겠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새로운 논란거리를 던져버리는 전형적인 물타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서울대 이전 계획은 예전부터 몇차례 있었습니다.
박정희 시대때에도 그랬고 비교적 최근인 2002년에
아산신도시로의 이전계획도 있었습니다.
아산신도시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안도 나와있었더랬죠.
당시 아산신도시 이전 마스터플랜 PPT파일을 눈으로 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서울대라는 거대공룡을 미개발지로 이전하여
해당 지역의 경제적 발전과 지역적 위상 강화를 꾀할수는 있겠지만
정부부처가 이전하는 것보다 얼마나 효과적일지,
아니 제발 50% 만이라도 효과적일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리고 서울대가 설령 이전한다 하더라도
현재까지 나온 내용을들 정리해보면 서울대 전체가 이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대만 간다, 학부1,2학년의 예과 위주로 간다 등의 이야기만 있지
서울대 전체가 옮긴다는 말은 눈을 씻고 기사를 검색해보아도 없네요.
이전 대상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고려대, KAIST도 과연 전교를 이전할까요?

아울러 서울대가 지방 이전한다고 해서 오늘날의 입시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름이 바뀐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서울대, 또는 다른 이름의 특수한 거대교육체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교육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건국이래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가 이렇게
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요?

대학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면
지방국립대의 위상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프랑스처럼 대학을 평준하거나 이것이 너무 급진적이라면 
미국의 주립대처럼 지역할당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일 것입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업들에 대해
어마어마한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이에 솔깃해할 기업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국가 정책이 이렇게 왔다리갔다리 하는데 현 정부가 내놓은 이 특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세종시, 아니 행정중심복합도시에는 원래의 목적대로 정부의 핵심기능이 들어가야 합니다.
시장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더욱 완전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토지시장은 더더욱 완전하지 않습니다.
부동산과 토지는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관계로 공공재적 성격이 무척 강합니다.
국토의 개발이라는 것은 민간에 맞겨야 하는 부분도 있고
또한 민간과 공공이 이상적인 파트너쉽을 구축하여 추진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역과 도시의 개발에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주도)과 합리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토의 균형발전은 국가가 주도해야합니다.
시장 참여자는 매우 이기적이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변화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국토 균형발전과 같이 스케일이 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오히려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행정의 중심기능이 국토의 중앙으로 이동하고 각 하부 행정기관 및 국가기업(공사)들은
각 지역에 균등하게 분포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선도해야 합니다.




서울대 이전 논란을 보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이를 통해 원래의 행정수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에 대한
이슈 자체가 흐려져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아쉽네요.





아래 짤은 행정수도 위헌 판결 시 좋아라 하던
現 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최상철 전 서울대 교수(우측)의 모습니다.



(그림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