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전태일 평전... 읽은지 언~10년!
여친 레폿을 대신 썼습니다.
잘 써주고 싶은 부담감에 좀 오래 걸렸는데요.
쓰고 보니 뭔 소리를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ㅎㅎ
혹시 시간되시면 읽어보시고,
오타나 좀 찾아주세요~ㅋㅋㅋ
---------------------------------------------------------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정책은 불가능한가?
- 조영래, 「전태일평전」을 읽고 -
序
적지 않은 기간동안 정규교육을 성실히 받았어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운이 좋아서 취업을 한다 하여도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불안정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졌다. 열심히만 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열심히만 하면 그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존의 생각들이 바뀌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의욕과 노력, 열성과 성과 이외의 다른 요소에 의해 일자리와 노동환경이 좌우되는 불안정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월 100시간 이상의 추가 근무를 하다가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받고 1000일 이상 복직투쟁을 했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유통사업장 비정규직노동자를 해고하고 그 자리를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워가는 행태를 거듭하자 장기간의 파업과 복직투쟁을 했다. 또한 쌍용차 노동자들은 외국자본에 의해 경영이 악화된 결과로 해고통지를 받았고 파업으로 맞섰다. 이들 노동자 모두가 직장에서 해고되어 파업과 복직투쟁에 이르게 된 까닭은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근무태만이 아니라 고용기업의 어려운 사정이라는 허울좋은 이유와 갖가지 부당한 해고사유 때문이다.
기업과 노동자가 갈등을 빚게 되었을 때 국가는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정부는 다수의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경제발전, 국가발전이라는 기본 명제를 앞세워 친기업적인 방향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대우와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비정규직법을 만든다고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은 비정규직을 위한다기보다는 기업이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는 불가능한 것일까?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정책은 아직 우리사회의 현실과는 요원한 것일까?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세상은 약육강식의 야생과 다름이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리려면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노동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태일평전」이 70년대 노동상황을 알기 위한 역사적 자료가 아니라 고전이 되어 현재까지 읽히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의 발전과 노동자의 삶의 변화
「전태일평전」을 읽으며 설마 이렇게까지 열악했을까 하는 의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다락방의 비좁고 어두운 공간 틈새에서 핏기가 없는 종업원들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노동환경이 절대적인 기준에서 발전해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로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태일 열사가 동대문에서 재단사를 할 무렵에는 공동변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나아졌으니 말이다.
그 시절보다 임금이 많아지고 노동환경이 좋아져서 공동변소 앞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노동으로 인한 축적된 피로감을 지니고 사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달 월급을 받아서 차비를 빼고 나면 남을 것이 없을 만큼의 월급이 이제는 법정최저임금이라 하여 월 100만원에 가까워졌지만, 월 100만원을 받아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겨우 생계를 이어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하여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파견직, 용역직 등의 불안정노동형태가 확대되고 있고, 법망을 벗어나 부당노동을 강요하여 노동자를 착취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등의 행태도 여전하다. 저임금의 비정규직에게 열심히 하면 당신도 고임금의 정규직노동자가 될 수 있다고 선전하며 고강도노동을 요구하지만 기업이 되돌려주는 것은 계약기간만료에 따른 해고뿐이다.
한국경제는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통해 거대한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로 도약하였다. 국가는 경제개발을 하는 동안 노동자들에게 '경제 성장, 10대 강국'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경제발전이 지상최대의 목표이고, 그 목표를 이루는 날에는 국민 모두가 배불리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현재 한국의 노동자들의 삶을 평가해보면 경제선진국 국민의 수준에 걸맞지 않게 초라한 모습밖에 없다. 빵이 커지고 나면 그 때 가서 충분히 나누어 먹을 수 있다고 하였지만, 그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었고 노동자들의 삶이 초라한 반면에 기업과 자본, 소수의 힘있는 자들만이 배불리 살고 있다.
노동자의 마지막 선택 - 죽음
IMF를 극복한 이후 물가상승률은 높아지고, 임금상승률은 낮아지면서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낮아졌다. 외국투자자본 유입을 환영한 정부의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미명아래 고용주가 노동자 해고를 더욱 쉽게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노동자탄압의 제도적 수단에 맞서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내세웠다.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섰지만 국가는 형사처벌에 더하여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민사상 책임 요구까지 인정해 주었다. 열심히 노동하고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서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려고 했던 노동자들은 갈수록 흉폭해지고 악랄해져 가는 자본의 힘과 권력 앞에서 암담한 현실에 직면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등의 마지막 선택은 죽음이었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기업과 이를 옹호하던 정권을 향해 던진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투쟁적이나, 가장 인간적인 최후의 보루로써의 선택이었다. 합법의 테두리에 갇혀서 인간다운 삶을 빼앗겨버린 이들의 선택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죽음은 삶의 마감이라는 생물학적 의미가 있지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는 인간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이고도 숭고한 의미를 동시에 지녔다. 한국 사회는 최근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을 불사한 투쟁의 교훈을 용산 철거민 참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망루 위에 오른 자들이 죽기 위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죽도록 인간답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죽을 각오로 싸웠다는 사실이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노동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어둠의 세상에서 노동을 통해 더욱 가치있는 인간이 되지 못한 자의 희생이었다. 국가와 사회 혹은 집단을 위한 헛된 죽음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사랑을 담은 등불과 같은 메시지를 남긴 숭고한 죽음이었다. 그 죽음이 헛되지 않기에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전태일 열사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정책
하지만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인 여건을 지니지 못하고 구석으로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인 만큼 그들이 살아서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여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깊은 고뇌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권력자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다는 역사적 증명을 기억한다.
법은 갈등하는 자들의 사회적 형평을 고려하여 조정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법은 인간의 자기중심적 본능을 억제하고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발전하도록 사회 전체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두루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법을 통해 국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이며, 소외된 자들을 약육강식의 싸움터로 내몰지 않고 그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 주는 것이 입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현실의 입법자와 법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위해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지거나 노동자를 위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대우와 근무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법안은 누더기가 되어 국회를 통과하였고, 비정규직법안의 유예기간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고용기간을 규정하여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여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또한 국가의 법 적용과 정책 역시 노동자들의 권익을 외면하고 있다. 현 정권은 '비즈니스-프렌들리'를 경제정책 모토로 규정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억지스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행복을 외면하고 소수의 지배층을 형성하려는 시도는 노동자의 거센 저항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전태일 열사에게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은 보물과도 같이 소중하였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훨씬 나은 노동환경을 가지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될 것이며, 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은 있으나 그 법이 무용지물이었던 시대를 지나서 노동법이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하며, 그 적용에서 배제된 노동자들 또한 다수이다.
결론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정책 마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강물이 굽이칠지언정 바다로 흘러가듯 노동자의 권익 역시 숱한 고난 속에서 성장해왔다. 비교적 향상되었다고 하여 지금의 수준에 머문다면 또 다른 희생자를 낳을 수밖에 없기에 여전히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이 시대의 임무이며 미래를 위한 준비이다.
노동자 자신부터 존재를 배반한 그릇된 의식을 버리고 헛된 경제성장의 허울을 벗어 던져야 한다. 기득권집단을 위하는 정치세력들에게 속아서 헛되이 보낸 시간들은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부의 축적이 아니라 널리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경제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다. 노동자를 위한 법을 만들고, 그 법이 적용되는 세상을 만들기에 한국의 경제력이 부족하지 않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시절의 법이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였다면, 이제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법을 만들고 적용하여 현실에 적합한 법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약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약자가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의식의 확장이 절실하다. 전태일 열사가 찾았던 법대생이 내가 될 수 있고, 법대생의 도움을 기다리는 전태일 열사의 모습이 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푸라기가 엮여서 새끼줄이 되고 새끼줄이 엮여서 굵은 동아줄이 되듯이, 나약한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의 형성으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