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원론적인 입장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기업들은 이에 응하는 것 처럼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지요. 어떤 교수님이 기업은 4가지 형태의 책임을 지닌다고 합니다.

1. 법률적 책임
2. 경제적 책임
3. 도덕적 책임
4. 재량적 책임

한가지 예를 들면 태안 삼성중공업 기름유출 사건 때, 많은 시민단체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완전복원, 완전배상, 무한책임"의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우리가 살다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게되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배가압류까지 당해가면서 갚아야 합니다. 보상액은 피해액에 준해서 책정되지 가해자의 지불능력과는 기본적으로 무관합니다. (경우에 따라 파산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갚는게 원칙이죠.)

그런데 기업의 경우엔 유한책임을 집니다. 이것은 주식회사라서 출자분에 한해서 책임을 지는 의미가 아니라 삼성중공업처럼 자신들이 보험회사로 부터 받을 수 있는 금액이 50억이므로 그에 한해서만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법원의 결정을 받아버리지요. 사실상 보험금으로 대체해버리니 회사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없다고 볼 수있습니다. (보험료야 좀 올라가긴 하겠지만 그 비용이 피해자들에게 가는 건 아니니까요.)

이런 제도는 비용은 사회화 시키고, 이익은 사유화 시키는 질나쁜 사례를 추가시켰습니다. 영업해서 돈벌면 자기 몫이고 이 과정에서 환경적 재앙이나 피해자가 발생하면 사회공동체로 하여금 부담시키는 것은 극히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기업은 책임질 일이 생기면 이것을 피해가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시간을 끕니다. 시간을 끌면서 제도권을 매수 혹은 제압하지요. 예전에 삼성이 자신들을 수사하던 검사를 삼성의 부장으로 스카웃해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자리를 주면 사람들은 혹하게 되죠. 삼성공화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1위인것도 우리자신들조차 이런 구조를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른 예로서 이랜드사태 중 홍콩원정가서 이랜드의 상장의 불합리성을 알린 일이 있습니다. 지금 이것이 검찰에 기소되었는데 웃기는 것은 실제로 가서 이랜드의 상장을 막았던 노동운동가들에 대해선 항소하지 않았고, 가지도 않았고 기획단회의조차 참석하지 않았던 현재의 노동조합 핵심 간부들은 재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명백한 표적수사입니다. 기업에 의해 검찰이란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받고 있는 하나의 추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법률전문가들도 돈에 따라 사회적약자를 죽입니다. 제 사건의 사측 법률대리인이었던 법무법인 K가 이랜드의 개별 해고사건 고소고발사건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이 법무법인이 우리나라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형로펌이며 간단한 사건의 수임료조차도 수천만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지하에 셋방살고 있는 노동조합 해고자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거짓 진술까지 더해가며 해꼬지하고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들(태안기름유출사건, 이랜드대량해고사태)은 철저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제도적-법적 수단으로 회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지광고를 합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량한 기업행세를 하지요. 오히려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좌파선수-전문 데모꾼>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뭐 언론도 대기업으로부터 완전 자유롭지 못하죠. 한겨례의 경우도 삼성광고 끊기자 허덕이고 있는 눈물겨운 상황이니까요. 하물며 보수언론이야...)

보수우익 정치인들이 사회를 장악한 정치적 우익주도시대는 끝났고 사실상 경제적 우익주도의 시대가 도래한지 오래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철저하고 교묘하게 법률적으로 자신들의 악행을 합법화 시키고 타인의 요구는 불법화 시킵니다. 합법적 쟁의권 획득을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합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기 어렵게 만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입은 소비자를 협박하기도 하고 사과대신에 법정공방으로 갑니다. 마치 이번 도미노피자 사례처럼요. 기업이 지면 푼돈 나가는 것이지만 개인이 지면 집안이 휘청하죠. 역으로 손배가압류 걸리기도 하죠.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손배청구해봤자 도미노사례처럼 백여만원이지만 법인이 개인에게 손배걸면 수억원이 판결로 떨어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백만원도 못받는 비정규직들이 대량해고 당해서 농성벌이자 개인별로 억대의 손배가압류가 떨어졌습니다. 부당해고로 판결받았지만 부당해고와는 별도로 영업방해로 인한 손배가압류는 또 다른 압박카드이기도 합니다. 결국 부당해고 승소하고도 복직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 됩니다. 이게 이 세상에서의 힘의 차이입니다.

똥을 싸는 사람과 똥을 치우는 사람이 달라서는 안됩니다. 자신들이 싸질러 놓고서 그 폐해는 사회 공동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퇴출시킬 수 있을 만큼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또 이런 소비자로서-시민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어릴 때 부터 교육과정에서 함양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