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겨울 그래도 나름대로 행복할 수 있었던건 여자분들이 어느해 겨울보다 짧은

치마를 많이 입어주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레깅스의 유행에 힘 입은바 매우 크다.



스타킹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고 간혹 어떤 분에게는

스타킹보다는 바지를 입고 있다는 심리적 효과를 안겨주는 것 같다.




따뜻해지는 봄을 맞아 한 해 겨울동안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준 레깅스의 은퇴에

아쉬움을 표하며 박수를 보낸다.



모쪼록 그 후계자로 헐렁한 청바지 따위가 아닌 망사스타킹이나 칼라 스타킹같은

똘똘한 넘들이 바통을 이어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2.

마눌은 해외여행에 대한 환상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여행 책자나

여행 프로그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을

보면 심하게 부러워한다.



해외 출장이 놀러다니는 걸로 착각하여, 해외 출장가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계속

회의하고 프리젠테이션 한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



비행기 오래 타는게 무슨 광영이라고 비행기를 여러번 갈아타고 20시간쯤 공중에 떠

있어야 하는 아프리카 출장을 갈 때, 비행기 오래타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그렇다고 해외 여행을 못해본것도 아니다. 결혼한 이후로 해마다 적어도 1번씩은

비행기를 타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충실히 지켜서 업무상으로

해외에 자주 다니는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순수 여행으로 놀러다니는 사람 기준으로는

꽤 여러나라를 다녀본 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과 컴플렉스는 여전하다.

친구네 집에 갔더니 세계 여러 항공사의 담요를 10여개나 가지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담요는 가지고 가라고 주는게 아니다. 사용후에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템들을 쌔벼오는 사람들을 몰지각한 인종이라고 치부하고 욕을 했었다.



그렇지만, 마눌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다. 일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담요를 쌔벼다 줬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흔한것이라 아무런 느낌이 없댄다.

좋다. 우리나라 사람중 아무도 없을것 같은 항공사의 담요들을 구해주겠다.



홍콩-요하네스버그 구간을 타고 가면서 남아공항공(South African Airway)의 담요를 일단 꼬불쳤다.

그리고, 앙골라에서 일을 보고 나오면서 그 나라의 로컬항공인 TAGG를 탔다.

후줄근한 항공사의 후줄근한 비행기이다. 3시간정도 가는 거리라 담요 따위를 주지 않는다.



스튜어디스를 불러서 무릎이 시려서 그런다고 담요를 달라고 했다. 그 더운나라에서 무릎이 시리긴

왜 시려? 담요 한 장 얻으려고 구라를 친 것이다. 그렇게해서 TAGG의 담요를 꼬불쳤다.

역시나 담요도 후줄근하고 잘 세탁도 안했는지 냄새도 난다.



알제리에 출장가는 쫄따구를 갈궈서 알제리항공의 담요도 득템했다.



의기양양하게 마눌에게 가져다 주면서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중에 이런 항공사 담요 가진사람 몇이나 되겠어? "




마눌이 시큰둥하게 받는다.


"그런 찌질한 항공사들 담요를 누가 부러워하냐?"





이 여자 레어 아이템의 가치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