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기네요 그래도 다 읽으시면 보람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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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에 야구응원갔을 때 일입니다.

지인 넷이서 KBO&*중여행사 팩키지를 질렀지요.

출국 당일에 공항에 갔더니 약 3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있더군요. 그런데 그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는 겁니다. 그들은 다름아닌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응원단에서 가슴에 코리아라고 박히고 좌측 명찰 부위에 모모 기업의 로고 패치가 박힌 티를 나눠주는 겁니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갑자기 사진촬영을 해야하니 빨리 그 티를 입고 모여서 주먹 불끈 포즈를 잡으라고 하는겁니다

일단 어리버리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탑승대기장, 비행기 안에서 뭔가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것을 느낀 우리는 비행기에서 여행사 인솔자에게 어떻게 구성된

팩키지 인지 물었습니다. 거기서 돌아온 답은

일반 응원객 12정도(우리같은), 제세 공과금만 내고 가는 대전구장 이벤트 당첨자(15명정도?),

한화치어리더와 응원단장, 응원단 소속 이벤트회사 부사장정도(예상)와 이사였습니다. 우리보고 티 입고 포즈 잡으라고

명령조로 얘기하던 사람은 이벤트회사 이사였고요.

어이가 없던 우리는 그럼 우리는 우리 돈 내고 가는 거니 저 이벤트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하고

간단한 항의를 하고 "당연히 그래도 좋다"는 여행사 직원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사실 당연하죠, 이벤트 당첨되서 오신 분들이야 그 스폰 기업들의 제공으로 저렴하게 가시는 거니 이벤트 회사의
협조 요청을 받아주실 의무가 있다고도 할 수 있을텐데 우리는 그게 아니니)

북경에 도착하니 그 이사가 또 그 티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게이트를 나가라는 지시를 합니다.

우리는 무시해주고 각자 준비한 응원복(저는 한화 99년 우승 유니폼, 나머지 일행은 기아팬이라 이종범과 윤석민 마킹복)

을 입고 그냥 앞서서 지나가버렸습니다.

사단은 첫경기 미국전에 경기장에 들어갈 때 벌어졌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한 우리를 교포 단체에서 응원수건(뭐라고 하는지

정확히 용어를 잘..)과 초코파이 박스를 들고 환영해 주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배도 고팠고, 생각치 못한 응원 아이템을

득템하게 되어서 조타고 그리로 다가갔죠. 그런데 우리 바로 앞에서 그 이사라는 양반이 이러고 있는겁니다.

"우리는 기업의 스폰을 받아서 왔기 때문에 다른 사재 응원도구는 사용할 수 없다."라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그 스폰받아서 온 응원도구와 티를 사용하지 않을 거였기 때문에 이사가 돌아간 뒤에 가서 말했죠.

"저기 우리는 그 수건 꼭 쓰고 싶은데 주시면 안될까요. 배고픈데 초코파이도 좀.....ㅎㅎ" 했더니

이미 기분이 상한 그분들은 됬다고 하시면서 획 돌아서시군요.

우리는 열받아서 그 이사한테 가서 한마디 해줬지요.

"이사님, 스폰받아서 오신분들 단체로 통제해서 응원하시는 건 좋은데, 일반 팩키지로 온사람들한테 피해를 주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시 마세요. 한번만 더 불쾌한 일 있으면 여행사 통해서 정신적 손배 청구하겠습니다." 하고 날려주니

그 다음부터 우리한테는 아무런 말도 안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그 뒤부터 자리도 뒤에 빠져 않거나 아예 앞으로 나와서 앉고 같이 각자 준비해간 옷을 입고, 셔츠에 레터링을하고

삿갓도 쓰고 하면서 재미있게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이때 응원단 일행중에 우리를 보는 반응은 두가지 였습니다.

1. 돈내고 왔던 이벤트로 왔던 같이 응원하러 왔는데 같이 옷입고 지휘받아서 응원 좀 하면 어때서 유난들 떨고있나.

2. 저렇게 자유롭게 응원하고 싶은데 분위기 깨는 거 같으니 그냥 나눠주는 옷 입고 응원하는 수밖에.

한국을 응원한다고 해서 꼭 같은 옷을 입고, 고용된 지휘자들의 응원을 따라야 하는지,

제가 한화 옷 입고, 친구들이 윤석민, 이종범옷을 입으니 "쟤들은 왜 같이 안하고 뭐하는거야" 수근수근

자기팀 선수들 옷입고 응원하는 게 수근거릴 일인지,

이번 WBC 관중석에서 여느때와 다름없는 옷 맞춰입고,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에 지휘에 맞춰 일사분란한

율동을 보이는 한국응원단을 보고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보람이 아니라 마지막 민폐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