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들은 케바케라는 걸 전제로 깔고 이 글을 씁니다.



고등학교때 저는 'APORIA'라는 이름의 과학서클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과학부라 해서 그냥 클럽활동정도를 떠나 대학동아리 비슷한 본격적인 서클이었죠. 매년 7~80명정도 지원해서 6~10명정도의 부원을 선발하능... --a

많은 고등학교들이 그렇듯.. 저희학교도 중간고사가 끝나면 축제를 했습니다.

APORIA에서도 이 축제때 좀 더 많은 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또한 근처 타학교 과학부에 꿀리지 않기 위해... 복잡한 아이템들, 재미있는 아이템들(ex : 만져도 뜨겁지 않은 불꽃처럼 신기한 그런거)을 준비하면서 여름방학내내 학교에서 땀 흘렸죠.


중간고사 끝나고 일주일후..

드디어 기다렸던 3일간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대한민국 여자연예인의 보고인 ㅅㅁ여고의 수많은 처자들은 물론, 인근의 ㅅ여고, ㄷ여고.. 남여공학 ㅂ고등학교 등등은 물론.. 어여쁜 여중생과 귀여운 초딩 츠자들도(당시 저는 고교생이었으니 양해바람 --;) 울학교로.. 울학교로 몰려듭니다.

물론.. 츠자들보다 더 많은 시커먼 울학교 남정네들과, 인근 남중 남고 녀석들도 축제구경한다며 구름처럼 몰려옵니다. (왜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너희들을 위해 여름내내 땀흘린게 아니라능!!!)


여튼.. 그렇게 여자사람들, 남자사람들이 몰려오면 1학년 홍보요원들이 학교 마당으로 투입되어 다른 서클들과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며 어여쁜 츠자들을 중심으로 모셔오고... 그렇게 모셔온 츠자들이 과학실에 들어오면 대기하고 있던 전담 요원들이 투입되어 1:1 eye contact가 무엇인지 시연하며 준비해 놓은 컨텐츠들을 똑똑한체, 멋있는체 하며 설명합니다.

물론.. 시커먼 남자사람녀석들은 와서 구경을 하건 말건, 츠자들한테 설명하는걸 귀동냥으로 듣던 말던 신경쓰지 않습니다. --;



그때 생각이 나서 옛 추억에 잠기며... 괜히 잡설이 길어졌네요. --;


여튼... 2학년때인가.. APORIA에서 준비한 컨텐츠중에서 자기장을 가지고 뭔가 신기한걸 구현했던게 있었습니다. (물리쪽에서 꽤나 유명한 거였는데.. 지금은 다 까먹어서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 참고로 전 과학부내 유일한 문과생 ^^;)

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던게 전기-자기장-힘의 방향을 왼손 엄지, 검지, 중지 3개로 간단하게 설명하던 플레밍의 왼손법칙이었는데...


제 기억에 의하면 요녀석은 중학교때 정규수업시간에 배웠던걸로 입력되어 있었죠.
(중2때였는지 중3때였는지는 잠시 햇갈려 주셨고... --a)


그래서 전자기력에 의해서 뭔가 신기한 일이 발생하면 그걸 보는 이들은 '우와 신기하다'라는 탄성을 질렀고, 이때 저는 먼저 설명받는 분들의 학력을 정중하게 여쭤본 후..(--;) 고등학생 이상이면, 의기양양하게 이 현상을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이용해 왼손가락을 쫙 펴며 설명하곤 했었죠.

어쩌다가 한번씩 설명의 은총을 베풀어주는 남자사람들은 고1이건 고2건.. 심지어는 중학교애덜도 플레밍의 왼손법칙 어쩌고 하면 '아~ 그렇군요~'하면서 자신들도 왼손을 피며 그 법칙을 떠올리며 쉽게 이해를 하더군요.


하지만 여자사람들은... 플레밍의 왼손법칙 어쩌구 하면... 플레밍? 그게 먹는거임? 하는 멍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라능... --;

한 ㅅㅁ여고 학생 역시 플레밍이라는 말을 꺼내자..  이런 어려운것 따위 당연히 모르는 것이라는 표정과 함께 깔깔깔 웃으며.. '저 문과에요 이런거 몰라요' 하길래... 저도 허탈하게 웃으며 '저도 문과인데 저는 수업시간에 배웠네요.' 드립했던 추억도... --;


그 뒤로.. 저도 체념한체 츠자들에게 그 아이템을 설명할때면 '플레밍의 왼손법칙'의 '플'자도 꺼내지 않고... '와~ 이거봐요~ 이게 붕 뜨죠? 신기하죠? 우와~ 다음걸로 갑시다'하며 넘어가곤 했었죠.



그러다가.. 정말 귀엽게 생긴 여중생 츠자가 교복을 입고 친구와 함께 왔더군요. 선배라는 우월한 지위를 내세워 그 처자들에게 달려가는 후배넘들을 제지시킨 후, 제가 그 여중생들을 에스코트하게 되었는데..


츠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의 그 아이템을 설명하는 코너에 와서...

여고생들도 모르는 그 원리... 하물며 여중생인 니들이 어찌 알리 라는 생각에 눈높이를 초등학생 수준에 맞추어 굉장히 쉽게 나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왼손 세 손가락을 촤악 피더니...


'이거 플레밍의 왼손법칙이 어떻게 적용되는거죠?'라는 질문을 날리는데...


순간 원체 이쁘기도 이뻤던 그 애들이 완전 천사로 보이더군요. 전 신이 나서 열을 올리며 제가 알고있는 모든 지식을 총 동원해서 열심히 설명을... 다른 코스도 그렇게...


보통 한 바퀴 돌면 10~15분정도 걸리는데... 그 애들한테는 30분이상 신나게 떠들었던것 같네요.




끝나고.. 방명록 받으며 전화번호(래봤자 당시는 집전화번호.. --;)도 받고.. 이름까지 기억해 두었... 물론 다 쓸데 없는 짓이었지만... --;;; (그러고보니.. 그 이름 꽤 오랫동안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지금은 성조차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



여튼.. 고2였던 그때 처음으로 절실히 깨달았죠.

여성동지들을 남성과 같은 레벨의 상식수준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a




그리고 실제.. 그 뒤로도 그런 경험들을 많이 했죠.

대학교 1학년때 나간 두번째 소개팅에서..

만난 츠자와 도대체 무슨 화제로 대화를 이끌어나갈까 하다가...

94년 당시 주사파발언으로 엄청 유명했던 박홍총장 얘기를 꺼냈는데...
(지금이야.. 박홍하면 그게 누구임 나올만큼 잊혀진 존재가 되었지만.. 그분이 주사파 발언을 내뱉은 바로 직후의 그시절 그 분의 인지도는 거의 박지성급이었다는... (내 생각만 그런건가? --a))


나름 유머랍시고... --a

'우리학교에 개집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박홍이랑 정말 똑같이 생겼어요.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우하하하하 그래서 별명도 박홍아줌아에요~ 깔깔깔깔깔' 했더니..


돌아온 반응이...

'박홍? 그거 강남콩 같은거임?' 썰렁... --;




한 번은...

이완용과 피카소를 모르는 처자를 만나 한바탕...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완용 얘기가 나왔었는데...


얘기 나누던 처자가..

'이완용? 그게 누구임?' 하길래..

하도 어이 없어서..

'자네 대한민국국민 맞음?'이란 강한 드립을 날렸더니.. 발끈하며...

대한민국 국민중에 이완용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거라는 어이없는 드립을 날리길래...

'초등학교 1학년 이상이면 이완용 모르는 사람 1000명중의 1명도 안될거임'이라고 맞받아치자...


절대 그렇지 않다고... 저도 알고 있는 자기 친구(물론 츠자) 2명에게 물어봐서 아냐고 물어보겠다고.. 만약 둘 다 모른다고 하면 <이완용 모르는 사람 1000명중의 1명도 안될거다>라는 저의 명제가 대략 거짓명제가 되는 것이니... 반성하고 밥사라고 그러길래.. 설마싶어서 그러라고 했더니...


둘 다 모르더라능... OTL

한 명은.. '나 이완용 알아' 하길래 '역시 했더니..'

'그 사람 화가 아냐?' 라는 대답을... --;



피카소 에피소드도 이완용과 비슷했고... --a



뭐.. 물론 이 모든건 캐바케입니다. ^^;


제 주변에는 저 따위는 안들호로 보내버릴만큼 온갖 지식에 능통하며 온갖 상식에 빠삭해서 퀴즈쇼 1:100에 나가면 최후의 1인이 되고도 남을 처자도 존재하니깐요.




여튼...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여자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할 때마다..
(특히 시사, 역사, 과학 등등의...)

고2 가을..

축제에서의 그 경험을 떠올리며... 눈높이를 맞추게 되더라능...

그러다가 박식한 츠자님을 만나면...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알던 그 여중생에게 느꼈던 감정이 불끈~~~ +_+



흠... 일도 안되고...

오늘 옆집에서 이 주제로 얘기들 하고 있길래... 기나긴 잡설을 함 써보았네요.. ^^;



퇴근들 잘하시라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