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작년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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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저로 인해 한 청년이 전사했습니다.

1996년 저는 초임장교로 임관해서 강원도 양구 2사단에 배치되었습니다. 소대원들과 막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죠. 공교롭게도 제 부임과 동시에 기존 분대장들이 다 전역하는 바람에 일병3명이 분대장을 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96년 9월에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이 터집니다. 양구에 있던 저희 부대는 이 사건의 차단선을 지키러 투입됩니다. 처음엔 제5차단선이었죠. 예비군들이 쉬어가며 편의점 파라솔아래 앉아있던 그런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부의 지시로 갑자기 제1차단선으로 투입됩니다.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상대방은 고도로 훈련 받은 무장공비들, 이쪽은 의무복무를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온 청년들이었죠. 이근방은 심지어 특전사 부대원조차도 대낮에 저격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첫날 저녁, 저는 매복을 위해 3인1개 조를 짜서 차단선 요소요소에 배치합니다. 이때 저는 가장 공비가 지나가 좋다고 판단되는 꺽이는 목이나 소대간의 접점지역 둘 중에 어디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1소대와 저희소대(2소대)가 만나는 곳으로 선택하여 전령과 함께 급속매복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원래 들어가려고 했던 꺽이는 목에는 똑똑하고 판단력 좋은 송일병외 2명의 투입을 명령했습니다.

그랬는데…

칠성산에 저녁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총성이 오가고 수류탄이 터졌습니다. 그리곤 제가 있는 곳으로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고 다시 저와 공비의 총격이 오갔습니다. 제 하이바 위로 총알스쳐가서 위장포가 찢겨질 정도의 총격이 서로 오갔고 공비는 차단선을 넘지 못하고 다시 옆쪽으로 접적이탈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곤 옆 호에서 매복하고 있던 저희 중대 병사들과 다시교전이 벌어지는 것 같더군요. 폭음과 총격이 있은 후 적막해집니다…

다음날 날이 밝고 처참한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고 최초전투가 발생했던 목에서 분대장은 다리쪽 부상을, 그리고 우리소대에서 가장 야무지고 똘망똘망했던 송일병은…. 전사했습니다. 눈을 부릅뜬채 총을 놓지않은 시체에서는 사후경련이 있었고 온몸이 뻣뻣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희 맞은 편 쪽에서는 공비가 던진 수류탄 파편에 통증을 호소하는 1소대원 3명과 무장공비의 시체가 있더군요.

이후 40일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매복/수색을 반복하다가 부대로 복귀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송일병의 모습을 보러가게됩니다. 전남 고흥에서부터 오신 송일병의 형님들의 눈이 벌겋게 되셨더군요. 차마 먼저 말을 못붙였습니다. 제게 먼저 말씀하시기를 어머니께서는 늦게 낳은 늦둥이 막내아들의 죽음을 그 순간까지도 모르신다고 하시더군요. 아들 잃고 화랑무공훈장이 무슨 소용있습니까… 오히려 그걸 볼 때마다 가슴만 아리죠…

제가 그때 그곳으로 그를 투입하지 않았다면 늙으신 어머니와 막내아들의 이별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왜 그곳이 가장 확률이 높아보이는 곳이었는데 내가 안들어가고 부하를 투입시켰던가…하는 후회를 12년이 지난 지금도 하게됩니다.

대전국립묘지에 찾아가지도 못한지 꽤 되었네요. 어떻게서든 이번달에는 시간을 내서 가봐야겠습니다. 12주기를 맞아 고 송관종일병의 명복을 다시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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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수하조차도 지켜주지 못했던... 무능했던...
아스란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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